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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바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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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죠? 애들이 더 놀고 싶다고 떼를 쓰고 있다지 뭐에요?”

효진이 엄마가 나를 돌아보고 짜증이 난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래요?”

나는 텅 빈 집안을 둘러보았다. 여느 때 같았으면 애들하고 거실 탁자에 빙 둘러앉아 공부를 가르치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거실 한쪽에서 우리들을 없는 듯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한창 공부를 가르치고 있어야할 시간에 애들이 올 생각을 않고 노는 데만 정신을 팔고 있다니?

그녀는 효진이가 공부를 못하게 됐다고 속이 타는 눈치였고 나는 속으로 좋아서 죽을 것만 같았다. 이집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는데, 집안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야릇하게 느껴지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집에서 과외를 가르치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계집애들 셋이었다. 그녀의 딸인 효진이와 친구인 정은이 그리고 지혜라는 애들을 모아놓고 모자라는 공부를 거들어 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집 주인인 아줌마의 미모가 죽이도록 빼어나고 예쁘장하게 생겨서 나를 갈수록 미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날은 과외를 시작하고 석 달째로 접어든 가을의 초입이었다. 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옷깃을 여미게 하는 저녁 무렵이었는데, 애들이 정은이 집에 놀러갔다가 이번 시험에서 성적이 올랐으니까 오늘 하루만 쉬게 해 달라고 정은이 엄마를 조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죠 뭐, 지난번에 한 약속도 있고……”

나는 콧구멍이 벌리는 것을 참으며 못이긴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가 할 수 없다는 듯 전화기에다가 입을 대고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그렇게 하래! 응, 응, 그래? 호호호, 그러게 말이야.”

그녀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까르르 웃으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전화를 끝나기를 기다리며 거실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그녀는 점점 수다를 떠는데 정신을 파느라고 나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곁눈질하면서 인형같이 예쁘장한 미모와 원피스에 착 달라붙은 몸매의 굴곡을 짜릿하게 더듬고 있었다. ‘아휴, 저걸 그냥!’그때였다.

“뭐라구? 애들을 재운다고?”

그녀가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르는 것이었다.

“……?”

나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그녀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응, 응 알았어! 그럼 내일 봐!”

‘뭐라구, 애들을 재운다고? 그러면 이집에 아줌마 혼자 남게 되는 거잖아?’

나는 피가 머리로 확 솟구쳤다. 순간 그녀가 입을 삐쭉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참 나, 무슨 소린가 했더니 자기 때문이잖아?”

나는 귀를 바짝 세웠다.

“친정에 가는지 어디 가는지 내가 알게 뭐야?”

“……?”

나는 기분이 조금 이상한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이내 그녀하고 아무도 없는 집안에 단둘이만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마구 벌렁거리고 얼굴이 달아올라 눈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녀가 그런 내 마음을 까맣게 모르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이게 말이 될 말이에요? 자기 좋으라구 애들을 잡아두다니 말에요. 어이가 없어서……”

“그래요?”

나는 지나가는 소리로 그녀의 말을 받아넘겼다. 내 머리 속에는 온통 그녀하고의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지금 내가 저 여자하고 단둘이 같이 있게 되다니?’

그런 날은 과외를 시작하고 처음이었다. 나는 자꾸만 기분이 들떠 오르고 야릇한 상상으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어떡케 해 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 욕심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나는 간뎅이가 크지 않았다. 나는 여자하고는 데이트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을 정도로 무지한 놈이었다.

그녀가 내 반응이 마음에 차지 않았던지 이번에는 정은이 엄마를 아예 대 놓고 ㅆ어 돌리는 것이었다.

“걔네 아저씨만 불쌍치! 지난번에는 동창들 모임이 있다고 둘러대더니 이번에는 친정이야? 아저씨가 출장만 가고나면 꼭 무슨 핑계를 대고 집을 비운단 말야!”

‘이게 무슨 소리야?’

두 눈이 휘둥그레진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무슨 말이에요? 정은이 엄마가 어떻게 됐다구요?”

“어머? 아, 아니에요.”

그녀가 기겁을 하고 얼버무렸다.

‘쩝!’

나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녀가 생긴 것만큼이나 성격도 까탈스러워서 자칫 잘못하다가 신경을 거슬릴까 싶어서였다. 더 이상 캐물었다가는 과외자리를 내놓는 것은 물론이고 깜찍스럽고 예쁘장한 그녀의 미모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집안 공기는 순식간에 뒤바뀌고 말았다. 싸늘한 바람이 휑하니 지나가는 것 같았다. 벽에 걸린 시계 바늘이 어느새 저녁 8시 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면서 주춤주춤 현관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그럼 나는 이만 가야겠네요. 월요일 날 뵈요.”

“잠깐만요!”

그녀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 나를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

“얘기 좀 하고 가요.”

“……?”

나는 멀뚱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마주보고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잠깐 앉아 봐요.”

“무, 무슨 말씀이라도?”

나는 주춤주춤 소파로 걸어갔다. 그녀가 쫓기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차 한 잔 더 할래요? 커피? 아니, 술은 어때요?”

‘뭐라구?’나는 깜짝 놀랐다.

“포도주 좋아해요? 애 아빠가 사온 건데 향기가 보통이 아니에요. 남미로 출장 갔다가 구해온 거래요.”

“……?”

나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괜찮죠?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시간도 넉넉하고……”

“……!”

“잠깐 기다려요! 얼른 차리고 가져올게요.”

그녀가 내 말을 기다릴 사이도 없이 주방으로 내달렸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기도 하고 마음이 들떠 오르기도 하고 그리고 그녀가 왜 이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쨌든 기분이 째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칠레껀데 76도 산이에요.”

그녀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포도주 병과 유리잔 두개 그리고 치즈를 잘게 썬 안주를 챙겨들고 왔다. 나는 놀란 눈으로 그녀가 앉는 것을 지켜보았다.

“지, 지금……”

“우선 한잔부터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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