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능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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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한 능욕

지독한 능욕

1화

웹소설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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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재촉하는 봄비가 아침부터 청승맞게 내리더니 오후로 접어들면서 언제 그랬냐 싶게 하늘이 맑아졌다.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 앉은 순임은 지끈지끈한 머리를 좌우로 도리질 치며 시계를 보았다. 오후 5시. 학원 갔던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었다.

“에휴, 이 양반이 오늘도 안 오려나……”

순임은 버릇처럼 남편을 떠올렸다. 남편이 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토요일만 되면 행여나, 행여나 기다리게 되는 순임이었다. 남도의 조그만 분교로 전근을 가버린 남편이 집에 오려면 방학이나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서울 생활을 무던히도 지겨워하던 남편이었다. 남도의 끝자락 작은 섬 학교로 전근을 가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남편의 소망이 이루어진 것은 작년 봄이었다.

남편은 당연히 온 가족이 이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순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두 아이를, 볼 것이라곤 푸른 바다밖에 없을 외진 섬에서 키우고 싶지 않았다. 몇 차례의 말다툼 끝에 남편은 결국 혼자 떠났고, 그때부터 멀쩡히 살아 있는 남편과 생이별을 하고 밤마다 외로움에 몸을 떨게된 순임이었다.

딩동, 딩동……

초인종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 순간, 정훈과 승연…… 귀여운 두 아이의 얼굴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누구세요?”

“엄마 딸하고 아들……”

순임은 배시시 웃으며 다가가 문을 열어주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승연과 연년생 정훈…… 문을 열자, 학원 가방을 어깨에 매고 있는 두 아이가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엄마, 오늘 토요일이니까 할머니 집 가는 거 맞지?”

순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거 보라는 듯이 정훈이 누나를 흘겨보았다.

“엄마, 시장에 안 가면 안 돼? 할머니 집 가기싫단 말야!”

“에구, 우리 딸이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서 그러는 구나? 그런데 어쩌지? 엄마 친구가 너무 바빠서 도와줘야겠는데……”

가슴이 뜨끔했지만 순임은 내색하지 않으며 다가가 승연이를 꼭 안아주었다. 벌써 한 달째로 접어드는 모양이다. 경란과 정은…… 두 친구의 말에 혹해 매주 토요일이면 노래방 도우미로 출근을 하고 있는 순임이었다.

여고 시절, 단짝 친구였던 정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은 한 달 전이었다. 공부도 잘 하고, 얌전하기만 했던 정은.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면서 소원해지기 시작하더니 각자 결혼을 하고 난 뒤에는 10여 년 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왔다.

외과의사와 결혼하여 상류층 생활을 하고 있을 정은이었다. 몇 번인가 전화를 해보려고 했으나 초등학교 교사의 아내가 되어 가난하지는 않으나 풍족하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마음에 걸려, 차마 연락을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어느 토요일 오후, 불쑥 정은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것도 경란과 함께 있다는 말과 함께. 경란…… 여고 시절, 남학생들깨나 만나고 다니던 바람둥이였다. 함께 있는 걸 보면 두 사람 사이에 교통이 있었다는 얘긴데, 어떻게 정은이 그런 친구와 어울리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약속 장소는 시내의 호텔 커피숍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에 도착했을 때, 서른 아홉 먹은 여고 동창생들의 환한 미소가 순임을 맞았다.

“어머, 너희들 하나도 안 변했다.”

“너도 얘……”

어디를 보나 정은은 윤기가 줄줄 흐르는 귀부인이었다. 그에 비해 경란과 순임은 평범한 아줌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남편하고 애들은?”

“그냥 그렇지, 뭐……”

정은의 물음에 순임은 얼버무리고 말았다. 이건 주말부부도 아니고, 굳이 표현하자면 방학부부라고 해야 할 판이니 구구하게 자신의 상황을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은과 경란은 순임의 생활을 훤히 꿰고 있었다.

“너희 남편, 섬 학교로 발령 났다면서?”

“어머!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듣게 됐어……”

정은과 경란은 남편과 헤어져 있으니 외롭겠다고 말하며 은근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보니 그녀들 또한 순임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경란은 이혼한 지 오래였고, 정은의 남편은 허구한 날 외박에 오입질이더니 이젠 아예 딴살림을 차린 눈치라는 것이었다. 이혼을 고려 중인 그녀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있는 재산 반으로 나눠 갖고 애들 데리고 혼자 사는 게 훨씬 마음 편할 것 같다. 그런 걸 남편이라고…… 구질구질한 얘기 집어치우고 순임이도 왔으니까 출발하자.”

순임은 출발하자는 정은의 말에 잠시 멍한 상태가 되었다.

“어딜 가는데?”

“우리 여자들이라고 남자들처럼 즐기지 말란 법 있니? 우리 오늘 남자들 만나서 신나게 놀아보자.”

“뭐어?”

깜짝 놀란 순임은 콩닥거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정은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비록 기나긴 공백기가 있었지만 꿈 많은 여고시절 늘 함께 지내던 정은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딴 살림을 차렸다는 남편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저럴까, 싶어 순임은 연민의 정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걸 느꼈다.

“정은아……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러긴…… 순임아, 너도 외롭지 않니? 너희 남편이 혼자 섬으로 가 버렸다는 말을 듣고 너나 나나 팔자가 왜 그러나 싶었다. 우린 이제 한창 즐길 나이잖아."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낯선 남자를 만난단 말이니?"

“호호호…… 순임이는 여전하네.”

갑자기 경란이 끼어 들었다. 경란은 옷 도매상가가 몰려 있는 동대문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노래방 손님 중에 마음에 드는 남자들이 있으면 합석을 하여 함께 즐기곤 한다는 것이 경란의 설명이었다.

제 2화

경란과 정은 외에도 노래방에 정기적으로 출근하여 손님들과 음탕한 짓거리를 즐기는 유부녀들이 적지 않다고 하니 놀랄 일이었다.

“노래방에도 그런 게 있어?”

“호호호…… 순임이 넌 숙맥이야…… 그 동안 정은이랑 나는 20살 젊은애부터 50살 영감까지 골고루 맛봤다. 팁도 두둑이 받아 챙기고, 외로움을 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지 뭐야.”

“순임아, 원하지 않으면 노래방에서 끝낼 수도 있어. 나도 남자랑 호텔이나 여관에 간 건 그리 많지 않아. 정말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났을 때만 갔거든. 심심한데 가서 놀자, 응?”

정은의 거듭되는 애원과 경란의 강압에 못 이겨 발을 들여놓은 노래방이었다. 처음엔 남편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아 겁도 나고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남자들을 만나 맘껏 노래부르고 그들의 의도적인 손놀림에 몸을 맡기고 있는 사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한 노래방 출입이었다.

아직 남자들과 여관 출입을 한 적은 없으나 노래방에서의 은밀한 접촉만으로도 남편밖에 몰랐던 순임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 동안 네 명의 남자를 만났다. 연령대 별로 골고루 만났는데 나이가 지긋한 남자일수록 순임의 급소를 정확히 짚어내고 애무의 손길을 뻗쳐왔다.

지난주에는 50대의 대머리 남자에게 가슴은 물론이고, 치마 속의 은밀한 곳까지 점령을 당했으니 순임도 갈 데까지 간 셈이었다.

다시는, 정말 다시는 노래방에 가지 않으리라…… 맹세하곤 하지만 토요일 아침만 되면 이상하게 아랫녘이 뻐근해지면서 마음이 달아오르는 순임이었다.

따지고 보면 정숙한 여자와 요부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윤리라는 이름의 얄팍한 막을 마음속에서 벗겨내면 누구나 음탕함과 요사스러움으로 똘똘 뭉친 요부의 본모습을 발견해 낼 수 있으리라.

순임은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 괴로울 따름이었다.

저녁 7시. 아이들을 가까이 사는 친정집에 맡기고 차에 올랐다. 동대문을 향해 가는 순임의 가슴속엔 이미 남편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은 또 어떤 남자를 만나 애무를 받게 될지 벌써부터 가슴이 울렁거리며 사타구니가 뜨거워지는 것이었다.

노래방에 도착해보니 경란과 정은이 사무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지난 주 토요일, 50대 남자들과 2차를 갔었다. 그 남자들과의 황홀했던 잠자리를 떠올리는지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왔구나……”

“뭐가 그렇게 재밌어?”

“순임아, 지난주에 여기 왔던 그 대머리 남자 있지? 허구한 날 찾아와서 너를 부른다지 뭐니…… 순임인 좋겠다.”

“그 사람 지금 105호에 있어. 아마 목이 빠져라 너를 기다리고 있을걸.”

대머리 남자의 능글맞은 손가락이 생각났다. 그 손가락이 치마 속으로 기어들던 순간이 떠올라 부르르 떨고 있는데, 아르바이트 총각이 사무실 쪽창으로 머리를 디밀었다.

“105호 손님이 아줌마 찾아요.”

“그래, 알았다. 금방 간다고 해.”

경란이 대답한 뒤 싱긋 웃으며 순임을 쳐다보았다.

“순임아, 빨리 가봐. 팁 많이 챙기고…… 기왕이면 그 사람 소원 좀 들어주지 그러니? 2차 가면 화대 많이 줄 것 같은데.”

화대라는 말에 순임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러다 정말 창녀가 되어 버리는 것이나 아닌지 모를 일이었다.

“빨리 가봐. 그 사람 목 빠지겠다.”

“너희들은?”

“1대 3으로 상대하리? 호호호…… 그 사람 혼자 왔어. 빨리 가.”

순임은 내키지가 않았다. 그러나 가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사무실을 나서는데 경란과 정은의 음탕한 농담이 들려왔다. 왠지 음습하고 더러운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길다란 복도를 걸어가는데 103호에서 시끄러운 노래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순간, 순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자신의 얼굴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사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103호의 그 남자는 출입문 쪽으로 달려와 순임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순임은 105호 앞에 이르러 심호흡을 길게 한 뒤 노크를 했다. 잠시 기다렸다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젠장할, 이제 나타나셨네 그랴……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대머리 사내가 벌떡 일어나 다가오며 소리쳤다. 그는 순임을 지나쳐 문을 굳게 닫아걸더니 쪽창 위에 걸려 있던 커튼을 내렸다.

커튼 사이로 틈이 조금 드러나 있었으나 밖에서 의도적으로 들여다보지 않는 한, 잠시 후에 벌어질 음란한 행위를 들킬 염려는 없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커튼 사이의 벌어진 틈을 막아보고 싶었으나 대머리 사내가 잡아채는 바람에 힘없이 소파 위로 끌려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내가 일주일 동안 아줌마를 생각하느라 잠도 못 잤소. 우리 친구들은 아줌마 친구들이랑 여관에 간 모양이던데, 나만 딱지를 맞았으니 억울해서 말이야.”

사내가 닥치는 대로 번호를 눌러대자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순임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출입문 쪽창을 힐끔 바라봤다. 그러나 은근슬쩍 엉덩이를 붙여오며 사내가 다시 말문을 여는 바람에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했다.

“아줌마, 오늘은 팁 섭섭지 않게 줄 테니까, 재미있게 놀자고.”

사내의 두툼한 손바닥이 순임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달랑 블라우스만 입은 탓에 맨살이나 다름없는 순임의 어깨였다. 그의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순임의 몸이 깨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슨 아줌마 살결이 이렇게 보들보들하디야? 꼭 처녀 같아.”

사내가 어깨를 두른 손에 힘을 주면서 나머지 손으로 순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겼다. 사내의 손바닥이 귓불을 스치고 지나갔다.

금방이라도 사내가 달려들어 귓불과 볼을 뜨거운 혀로 핥아댈 것만 같았다. 순임은 관자놀이를 덮고 있는 머리카락 뿌리에서 양볼과 귓불까지 소름이 파르르 퍼져드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사내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순임의 바람이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했다. 귓불을 빨아주었으면 좋겠는데 어깨를 감싼 손바닥만 바쁘게 움직일 따름이었다. 그의 손이 어깨를 꾹꾹 누르며 쓸어주자, 안마를 받는 것처럼 시원해지며 긴장의 끈이 느슨해졌다.

그것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사내가 머리를 쓸어 넘기던 왼쪽 손을 다시 옮겨와 순임의 빰을 만졌다. 그 큼지막한 손이 한쪽 얼굴을 완전히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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