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1화
웹소설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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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최고급 맨션.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집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바닥에는 옷가지가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양말과 바지, 재킷과 와이셔츠는 물론 남자의 속옷까지……. 그 옆에 엎어지듯 놓여 있는 원피스와 속옷의 자태는 두 남녀가 얼마가 급했는지를 실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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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이불을 걷어내려 하자 이불 속 또 다른 손이 그녀의 가슴을 휘감았다.
‘뭐지? 뭐가 이렇게 몽글몽글하게 느껴지는 거야?’
여자는 제 가슴을 밀가루 반죽하듯 주무르고 있는 손의 정체를 아직 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뭔가 찌릿한 전기가 온몸에 퍼지듯 전해졌고 입술은 자연스럽게 U자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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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하응.”
제 가슴을 스스로 만지는 것보다 더 황홀한 기분이 드는 건 타인의 손이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커다랗고 묵직한 것이 다리 사이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뭔가 뜨겁고 단단했다.
‘뭐지. 이게?’
여자는 저도 모르게 그 정체 모를 것에 손을 댔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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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그렇게 꼭 잡고 있으면 위험할 텐데…….』
남자는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건넸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중저음의 달콤한 목소리였다. 귀에 대고 바람을 불어넣은 것처럼 달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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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나 라디오 틀고 잤나?”
손끝에서 뭔가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내 것도 아닌 그것은 몹시 단단하게 커져 있었다. 여자는 너무 놀라 손을 휘저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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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악! 당신 누구야?』
분명 낯선 집이 아니었다. 이곳은 내 집인데…….준희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이 현실이 꿈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제 볼을 살짝 꼬집어보았지만, 무척이나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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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어요?』
준희의 목소리에 눈을 뜬 남자는 기다란 속눈썹을 끔뻑였다.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호통을 친 건 아니었지만, 그의 눈빛은 충분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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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고요. 설마, 강도? 도둑? 아니면 내 스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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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 하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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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한국사람?”
준희는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미쳤나 봐. 나, 원나잇을 한 거야? 저건 또 뭐야? 기차야?’
제 침대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이 그래 보였다.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정리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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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표정 짓지 말죠. 내가 무슨 짓이라도 한 것 같잖아요.”
남자는 꽤 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준희는 저도 모르게 이불을 잔뜩 끌어안고 침대 끝으로 가서 남자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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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아무 일도 없었어요?”
준희의 말에 남자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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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가 이렇게 벌거벗고 누워있는데 무슨 일이 없었겠어요?”
남자는 매끈하고 탄탄한 근육을 일으키며 자리에 앉았다. 이내 자신의 머리카락을 뒤로 매만지며 크게 호흡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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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금 저 놀리시는 건가요?”
준희는 어안이 벙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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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겁니다. 그쪽이랑 나. 상상하는 그런 건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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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었지만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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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슷한 건…….”
준희는 남자의 말에 사고가 정지되었다. 잠은 자지 않았는데 그와 비슷한 걸 했다면, 서로 물고, 빨고, 만지고 그랬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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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말해줘요?”
남자의 말에 순간, 준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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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니요. 딱 거기까지. 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요.”
알긴 뭘 알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파티에 참석했다는 것밖에는…….
‘그래서 내가 술 안 먹는다고 버텼던 건데.’
준희는 어제의 일을 하나씩 떠올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기억이 싹둑 잘려나간 것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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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불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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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라고 하셨어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미소를 잔뜩 머금은 해사한 얼굴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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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쪽을 유혹해서 벌인 일처럼 말하니까 말이죠. 만일 여기가 내 집이었다면 그쪽이 나한테 화를 내거나 당황해도 할 말이 없지만, 여긴 보시다시피 그쪽 집이 아닌가요?”
그 말인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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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내가 당신을 유혹했다는 건가요?”
준희는 눈을 크게 뜨며 속으로 아닐거야를 연발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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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면, ‘우리 집에서 같이 잘래요?’라고 말했죠.”
Oh, my God! 준희는 그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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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 말대로 여기 이 집으로 왔는데…….”
남자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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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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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엘리베이터에서부터 나한테 달려들어 키스했고 저는 뜨거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키스를 받아들였어요. 그다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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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뭐가 또 있나요? 준희는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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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엔 우린, 서로의 옷을 벗겼죠.”
꿀꺽. 마른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이건 마치 다른 여자와의 정사를 낱낱이 공개해 달라고 떼를 쓰는 것 같지 않은가. 상상력이 동원되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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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린 침대에 누웠는데…….”
남자는 준희의 그런 마음을 알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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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았어요. 제가 그랬네요. 아하핫. 맞아요. 제가 그랬던 것 같아요. 더 얘기하면 서로 곤란해질 것 같네요. 하하하.”
준희는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어쩌면 그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CCTV를 돌려봐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든 사람이 잘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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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얘기를 할 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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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안하셔도 알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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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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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술에 취해 실수한 것 같아요.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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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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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건 제가 당신을 유혹해서 우리 집에 끌어들였다는 건 사실인 것 같으니까요. 제가 강도니 도둑이니 스토커니 하는 말로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이불을 끌어안은 채 준희가 꾸벅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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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다. 그걸로 끝인가요?”
남자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준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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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가 남았나요?”
준희의 말에 남자는 미소를 머금었던 얼굴을 정색하며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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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을 보니,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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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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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뜨거웠던 우리 밤이 그 쪽에게는 술에 취해 벌어진 사고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걸 알았으니, 이 몸은 이만 사라져야겠네요. 욕실 좀 쓸게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하체를 가리고 있던 새하얀 이불이 벗겨지자 입이 쩍 벌어질 만큼 아름다운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를 실제 눈앞에서 본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남자는 준희를 살짝 의식하는 듯 머뭇거리다가 이내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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