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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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본능

1화

웹소설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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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ㅆ새끼!!!)

세상 살다보면 코드가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나 직장이나 기타 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어느곳이나 꼭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며 깐족 거리는등 전혀 정이가지 않는 인간이 한 두명씩은 꼭 있다.

고수인(高壽仁) 대리 에게 있어 박부장이 그런 인간 이었다.

도대체가 어떻게 된 인간이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틈만나면 성질을 부리고 못살게 구는지, 상한에게 있어 박부장은 한마디로 웬수같은 인간이라 할수 있는 것이다.

(ㅆㅂ놈…사고라도 나서 한 몇 달 안보고 살면 원이 없겠네…)

속으로 한바탕 박부장에게 욕을 해댄 수인은 담배를 한모금 깊이 빨아 들였다.

레종(RAISON)의 쌉싸름한 연기가 폐속을 가득 채웠다가, 이내 니코틴만 남긴채 입으로 뿜어져 나와 허공에 흩어졌다.

실적 때문에 한바탕 깨지고 나온 뒤의 우울함이 조금은 가시는 느낌 이었다.

요즘들어 부쩍 늘어난 흡연량도 그 인간(박부장) 때문이라고 투덜 거리며, 수인은 필터만 남기고 타들어간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재털이에 부벼 끄고는 뒤 돌아섰다.

제법 잘나가는 굴지의 기업에 어울리는 건물의 옥상에 어울리는 경치답게, 강남의 의리의리한 빌딩들이 주변에 들어서 있었다.

[에이 씨파…]

수인은 약간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삼월의 하늘을 바라보자, 큰소리로 시원하게 박부장 욕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튀어나오려던 욕설을 황급히 삼켜 버렸다.

옥상문이 열리며 낯익은 여직원 둘이 재잘거리며 나오는게 눈에 보였기 때문 이었다.

(쩝…욕도 맘대로 못하고…되는일이 없는 날이네..제기랄)

[어머…고대리님 여기서 뭐하세요??]

[어..김민주씨 생각 하고 있었어]

[어머??까르르..]

인사팀에 근무하는 김민주가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수인의 시덥잖은 농담에 호들갑스럽게 웃어댔다.

솔직히 수인이 생각하기에도 그리 재밌는 농담이 아니건만, 원래 웃음이 많은건지 아니면 경망스러운 건지 큰 리액션을 보여주고 있었다.

통통한 체형에 귀여운 외모인데다, 성격도 좋아보여서 인지 사내(社內)의 외로운 총각들에게 제법 인기가 많은 여자였다.

[어머 언니는…고대리님 사모님 생각하시면서 담배 피우고 계셨던거 같은데…너무 오버 하는거 아냐??]

옆에 서있던 유진희가 호들갑스럽게 웃어대는 민주를 제지하고 나섰다.

김민주 보다는 한살 어리지만, 둘이 입사동기 인지라 회사내에서 단짝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호리호리한 체형에 덧니가 귀여운 여자였다.

하지만 의외로 실속을 챙기는 성격인 듯, 민주를 꼬박꼬박 언니라는 호칭으로 불러대고 있었다.

한 살 터울에다 입사동기 인지라, 친구처럼 지내도 될 터인데도 민주와 친구로 지

내면 한살을 손해보는 기분이 드는것인지 언니라는 호칭을 꼬박꼬박 잊지 않고 있었다.

[얘는…내가 뭘 어쨌다고…고대리님 사모님이 들으시면 서운해 하시겠다~미인 이시라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미인은 무슨…민주씨 만큼은 안예뻐…]

[어머 고대리님 농담도 잘하셔~]

그래도 싫지는 않은지 배시시 웃으며 상한의 어깨를 때리는 시늉을 하고 있다.

[그런데 두 미녀가 옥상까지 무슨 일이야??]

[무슨일은요…그냥 답답해서 바람좀 쐬러 나왔죠]

건물의 옥상은 직원들의 휴게실을 겸하고 있었다.

아마도 시간도 때울겸 회사내의 누군가를 안주삼아 미주알 고주알 수다를 떨러 나온듯 보였다.

[천천히 놀다와…난 먼저갈께]

[네 고대리님 수고하세요~]

두 여자 모두 수인의 스타일은 아니다.

여자를 밝히는 그였지만, 아무 여자한테나 집적거리는 스타일은 아닌 것 이다.

더구나 이곳은 직장이다.

괜시리 소문만 더러워질 우려가 있었기에, 상한은 사내의 여직원들과는 의식적으로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려 하고 있었다.

때로는 그것이 오해의 소지도 있을수 있겠지만, 남들입에 오르내리는 것 보다는 나았다.

괜한 가십꺼리를 제공해 사람들의 안주 거리가 되지 않는것이, 길진 않은 직장생활 이었지만 그동안 터득한 결과물 이었다.

[고대리!!좋은 소식이 있다네..]

사무실로 들어서는 수인에게, 최성민 대리가 싱글싱글 거리며 다가와 말을 붙여왔다.

입사동기인 데다가 동갑이고 또한 같은 영업팀에 배정을 받은탓에, 신입사원 시절부터 단짝으로 지내온 친구였다.

회사내에서 성격이나 코드가 맞는 몇 안되는 동료중의 한명 이었다.

[뭔데?? 박부장이 교통사고라도 났대..??]

[왜??박부장한테 또 깨졌나??]

[왜 아니겠어…내가 기분나쁠일이 그인간 밖에 더있어?]

[아무래도 자네랑 박부장은 전생에 부부였을 가능성이 99프로 일세..킥킥..]

수인을 대하는 성민의 말투는 늘 이런 식이었다.

윗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듯, 자네나 ~다네 등으로 말을하고 있는 것 이다.

워낙에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 허울이 없기에, 거부감이 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스스럼이 없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뭔데?? 한번 읊어 보게나]

수인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습관적으로 마우스를 끄적 거리며 성민의 말투를 흉내내어 말했다.

좀전에 얘기한 좋은 소식이 뭔지 한번 들어 보자는 얘기였다.

성민이 박부장의 데스크를 힐긋 거리고는, 상한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며 히죽 거렸다.

박부장의 자리에서 볼때는, 모니터를 보며 업무 얘기를 나누는 것 처럼 보일 터이다.

[좀아까 입수한 정보인데 말일세…박부장 새끼가...]

성민이 다시한번 박부장쪽을 힐긋 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보고 평가하는 것은 거의 거기서 거기인것 같았다.

특히나 동료나 상사의 성격을 평가할때는 더욱 그런 경우가 많았다.

수인이 박부장을 개같은 인간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성민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저인간이 오늘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부산에 출장을 갈거라는 기분좋은 소식일세…]

마우스를 끄적 거리던 수인의 손이 멈칫했다.

[그 얘긴즉은 한 이틀은 박부장놈의 상판을 안봐도 된다는 얘기지…어때 좋은소식이지 않은가??]

[최과장이 안가고??]

[최과장은 다음주에 방콕으로 출장이 잡혀 있어서 이번건은 박부장이 맡은것 같으이…]

부산의 유일상사는 주요 거래처중의 한 곳 이기에, 최과장이나 박부장이 직접 방문해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힐긋 박부장의 데스크를 살피니, 아니나 다를까 잔뜩 구겨진 인상으로 주섬주섬 서류들을 챙기는게 보였다.

그래서 아까 수인에게 평상시보다 더 심하게 닥달을 해 댄 것인지도 모른다.

바꿔 말하면 출장에 대한 짜증을 수인에게 해소한 것 인지도 몰랐다.

(씨벌놈..)

[어때?? 이런 기분좋은날 한잔하지 않을수 없지 않겠나…!!]

[글쎄…]

수인의 미지근한 반응에 성민의 얼굴이 실망으로 변했다.

원래가 꾸밈이 없는 성격인지, 속내가 금방 드러났다.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든 수인이, 성민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사실은 친구 아버님이 위태 하셔서 말이지…]

물론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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