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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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즈툰

    그녀의 일기장

그녀의 일기장

1화

웹소설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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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중에 "범을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 라는 말이 있다. 적재적소에서 일을 처리하란 뜻이다. 만약 고양이 굴에 가서 호랑이를 찾는 멍청한 짓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목적을 이룰 수가 없다.

그전에 반드시 잘 기억해야 하는 것은 호랑이 굴에 가서도 살아 나올 능력이 없으면 호랑이 굴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투덜거리며 새로 입사한 회사 사무실의 허름한 책상을 정리하던 현석은 삐걱거리던 책상 서랍을 홧김에 완전히 빼내버렸다.

"도대체 이놈의 책상은 뭐가 문제라서 제대로 안 닫쳐지는 거야?"

라이타 불로 서랍이 빠져나간 텅빈 공간을 비춰보다가 뭔가 안에 들어 있는걸 발견했다. 양복을 벗어 제치고 깊숙이 손을 집어 넣어 휘저어 보았다. 분명 뭔가가 손에 걸렸다.

그는 끙끙거리며 집게손가락과 중지 끝에 겨우 걸리는 그 뭔가를 가지고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끄집어냈다.

책상 밑에 수북히 쌓인 먼지는 그의 하얀 와이셔츠 자락을 회색으로 보기 싫게 염색해 버렸고 그는 화가 치밀었다.

그의 손에 딸려 나온 물건은 희뿌연 먼지가 가득 쌓이고 책상 서랍 때문에 형편없이 구겨진 한 권의 빨간색 수첩이었다.

"아이 정말. 겨우 이딴 거 하나 때문에 책상이 제대로 안 닫혔단 말이야?"

그는 수첩을 힘껏 바닥에 내던졌다. 그 때문에 "딱" 하는 소리에 놀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그에게 집중됐다. 그는 어떻게든 경직된 분위기를 수습해야 했다.

"죄송합니다. 수첩에 먼지가 너무 껴서 좀 터느라고요. 제가 어릴 때 딱지치기를 너무 했나봐요.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난 또 뭐 폭발한 줄 알았네. 다들 일하니까 큰소리 내지 말고 제발 조용히 좀 해."

그의 보스인 한과장이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볼멘소리를 퍼부었다.

"그럼 좀 제대로 된 좋은 책상을 주지 이게 뭐야. 내가 이래서 중소기업에 오는 게 아니었는데 …"

얼마전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이 취직턱 낸다며 모인 술자리에서 그가 들은 그들의 사무실과는 정말 비교가 되는 먼지투성이의 책상이 계속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는 모든 것을 그렇게 만든 원인 제공한 빨간색 수첩을 주워들고 그걸 버리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쓰레기통은 보이지 않았다.

"내버리는 것도 쉽지가 않구만. 도대체 이건 뭐길래 날 골탕을 먹이나?"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수첩을 펴보았다.

<나는 오늘 드디어 꿈을 이뤘다.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백인 미녀와 화끈한 밤을 보내게 될 줄이야! 크크크 … 오늘의 이야기는 오래 기억 속에 남겨두기 위해 특별히 내 작업일지에 남겨두는 바이다.>

"이게 뭐지? 금발의 푸른 눈하고 뭐를 어째?"

그는 조금 호기심을 느끼며 차분하게 다음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 범을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던 조상님들의 말씀은 백 번 옳은 말이었다. 요즘 세상에 호랑이야 동물원 말고는 볼 수가 없지만 백인 여자 애들은 이태원에 깔려있다더니…>

"이건 일긴가? 근데 일기치고는 내용이 좀 야시꼴랑한데 … 에라 남의 일기 열심히 봐서 뭐하겠냐. 일단 보관해 뒀다가 나중에 주인을 찾아 주던지 버리던지 해야겠다."

그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책상 서랍안에 수첩을 던져 넣고 서랍을 책상에 다시 끼워 넣었다. 주위 눈치를 적당히 살펴보고는 창문 닦는 윈덱스와 휴지로 책상을 깨끗하게 닦는 걸로 책상 정리를 마무리했다.

"책상 정리는 대충 됐어?"

"네 … 네."

"그럼 시간도 그런데 점심이나 일찍 먹지. 오늘은 내가 살게."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과장을 따라 나섰다. 좀 비좁기는 하지만 깔끔한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나자 한과장이 또 썰을 풀기 시작했다.

"책상이 너무 허름해서 마음에 안 들지? 조금만 참아. 중소기업이란 게 다 그렇잖아! 난 12년 전에 처음으로 일 시작할 때 책상도 없이 현장에서 바로 시작했어. 요즘은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거기에 맞춰야겠지."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가?"

"제가 받은 책상 전에 누가 쓰시던 겁니까?"

"글세 그건 잘 모르겠는데 … 창고에서 제일 좋은 걸로 하나 갖다 달래니까 그냥 가져 온 거라 무슨 내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우리 지금 쓰는 책상보다는 좀 넓고 좋잖아?"

"네…"

그는 책상 주인이 누구였는지 궁금했지만 거기에서 뭔가가 막히고 있었다. 그럴수록 조금씩 그 빨간 수첩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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