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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뭐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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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

“어! 백 대리! 오늘 퇴근 하고 요 앞 순댓국집에서 소주 한 잔 어때?”

김 대리의 말에도 설이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묵묵히 가방을 챙겼다.

김대리

“어이!백대리! 애인 없는 사람들끼리 한잔 하자니까? 어차피 퇴근하고 갈 데도 없잖아~”

애인을 못 사귀는 거랑 안 사귀는 거랑은 꽤 차이가 큰데 지 자신을 참 몰라도 너무 모르네.

자꾸 자기랑 세트로 묶어대는 김대리 때문에 가방을 챙기는 설이의 손에는 짜증이 묻어났다.

마지막으로 휴대폰까지 가방 안에 쏙 챙겨 넣은 설이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김대리를 쳐다봤다.

김대리

“아니면 삼겹살에 소주? 아, 내가 쏠게~”

설이

“전 꽃등심 좋아하는데.”

김대리

“꽃..등심? 아..우리 김대리 소 좋아하는구나? 근데 소주엔 삼겹살이지~”

얻다 대고 우리래... 목 끝까지 치민 짜증을 설이는 꾹 삼켰다.

한편 꽃등심이라는 말에 동공 지진이 난 김 대리는 애써 웃으며 말을 돌렸다.

설이

“소주에 삼겹살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랑 드세요. 김 대리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치근거리는 김 대리에게 한 마디 더 해주고 싶었지만, 가방 속의 휴대폰이 징징거려 설이는 김 대리를 향해 싱긋 한 번 웃어 보인 후, 회사를 나섰다.

여섯 시 땡 되자마자 우수수 쏟아지는 노란 대화창에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설이의 손이 바빠졌다.

***

현주

“어어! 백또!”

번화가 한 쪽에 위치한 술집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테이블 가득 안주와 술을 채워져 있었고, 그 가운데에서 현주가 환하게 웃으며 설이를 반겼다.

현주

“여기 앉아 앉아~”

현주가 마련한 자리에 앉은 설이는 바로 채워지는 잔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설이

“오늘 먹고 죽자고?”

현주

“당연한 거 아님? 이날을 위해 지긋지긋한 회사 생활을 버텼는데!”

주먹까지 불끈 쥐는 현주의 모습에 설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비웠다.

설이

“먹고 죽지 뭐.”

민석

“백도 왔어?”

설이

“어, 너 담배 아직 안 끊었어?”

민석의 손에 들린 담배와 미미하게 풍겨 오는 담배 냄새에 설이가 물었다.

민석

“금단 현상이 생각보다 너무 심해.”

설이

“어쩐지 이번에 오래간다 했다.”

민석

“준호는 좀 늦는데.”

설이

“똥진이는?”

민석

“늦게라도 온다고 했는데 모르지 뭐.”

현주와 민석, 그리고 준호까지 모이자 술자리 분위기는 더욱더 고조 되었다.

준호

“야, 똥진이한테 전화해볼까?”

민석

“놔둬. 촬영이 늦어지나 본데.”

준호

“이 자식은 매일 바빠. 저번 모임도 안나오고.”

현주

“요새 영화 찍잖아.”

어릴 적부터 이상하게 동진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던 준호는 어른이 되어서도 유난히 동진에게 라이벌 의식을 강하게 느꼈다.

하지만 막상 동진은 준호에게 그런 감정 같은 게 없어 적대감을 가지지 않았고, 그것조차 준호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더 펄펄 뛰었다.

준호

“지만 일하냐? 아주 이 세상일 지가 다하는 줄 알겠어.”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자 슬슬 또 고개를 드는 동진을 향한 준호의 적대감에 분위기는 또 가라앉았다.

민석

“이번에 못 만나면 다음 모임에는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끌고 올게. 우리 준호가 똥진이 엄청 보고 싶은가보다~”

보다 못한 민석이 허허 웃으며 분위기를 만회하려 했지만 준호는 동진의 험담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준호

“막말로 그 새끼 이쁜 여자란 여자들은 다 건드리고, 이번에는 또 그 아이돌 출신 배우라며? 걔 여자 사귀려고 연예인 하는 거 아니냐.”

이번에는 좀 심했다 싶어 참다못한 설이가 입을 열려는 찰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동진

“늦어서 미안하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등장한 동진 때문에 준호를 제외한 세 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동진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막상 그 주인공인 동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설이의 옆에 앉았다.

민석

“어..어 오랜만이다 요새 많이 바쁘지.”

정신을 차린 민석이 얼른 동진의 술잔에 술을 채우며 화제를 돌렸다.

동진

“물들어올 때 노 저으려면 열심히 해야지.”

민석의 물음에 동진은 피곤이 잔뜩 묻은 얼굴로 술잔을 비웠다.

설이

“너 내일 촬영 있는데 괜찮아?”

동진

“오후 촬영이라 괜찮아.”

준호

“야아 대단한 연예인 납셨네.”

그 새를 못 참은 준호는 또다시 동진을 보며 비아냥거렸고 동진은 못 들은 척 술잔만 기울였다.

현주

“야 박준호 그만해.”

준호

“뭘 그만해 내가 뭘했다고, 야 오늘은 네가 쏘는 거냐? 남우주연상이 사주는 술 좀 얻어 마셔보자.”

설이

“작작 좀 해라.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서는 진짜 꼴사납게 뭐하는 거야. 너 쟤랑 하루 이틀 친구 해?”

참다못한 설이가 준호에게 한마디 하자 준호는 이번에는 설이 쪽으로 화살을 겨눴다.

준호

“야, 백또 넌 왜 남동진 기사 안 쓰냐?”

설이

“뭐?”

준호

“남동진 열애설 기사만 해도 몇 번인데 그중 한 건도 냄새를 못 맡았다는 게 말이 돼?”

정곡을 찌르는 준호의 물음에 설이는 입을 다물었다.

기자와 배우의 친구 사이. 설이가 먼저 기자의 길을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동진도 연예인의 길을 선택했다.

두 사람은 암묵적으로 서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고, 설이는 약속한 것처럼 알아서 동진에 대한 기사는 쓰지 않았다.

물론 다른 신문사에서 내는 기사들을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경우엔 쓰긴 했지만 설이가 나서서 동진에 대한 기사를 내거나 열애설을 캐내지 않았다.

그 사실을 당연히 나머지 친구들도 알아주었고, 준호 역시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적대감과 열등감을 똘똘 뭉쳐진 준호에겐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준호는 또다시 비아냥거렸다.

준호

“너네 둘도 뭐 있냐?”

설이

“야 박준호!”

준호의 비아냥에 설이는 들고 있던 소주잔을 탁 내려놓으며 벌떡 일어났고, 현주는 설이의 팔을 붙잡았다.

현주

“술 취한 애랑 뭔 얘기를 해. 설아 그냥 네가 무시해.”

현주의 말에 설이는 준호를 한 번 노려본 후,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와버렸다.

놀란 민석이 설이를 뒤따라 나가려 했지만, 동진이 민석의 팔을 붙잡았다.

동진

“내가 나가 볼게.”

동진은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준호의 앞에 툭 던졌다.

동진

“쓰고 싶은 만큼 써봐. 그거 한도 없는 거니까.”

자신의 앞에 던져진 골드 카드에 준호는 부르르 떨며 벌떡 일어섰지만, 동진은 이미 술집을 빠져나가고 없었다.

***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에 설이는 씩씩거리며 술집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기 위해 길가로 나왔다.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세우기 위해 손을 뻗으려던 설이는 자신을 부르는 동진의 목소리에 뒤돌아섰다.

동진

“백도.”

설이는 습관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동진의 손을 잡고 골목으로 들어왔다.

설이

“야, 너 모자도 안 쓰고 뭐 하는 거야.”

동진

“어두워서 괜찮아.”

설이

“이러니까 쓸데없는 열애설 같은 게 나지.”

동진

“..뭐?”

설이

“나중에 전화할게. 너 빨리 형석 오빠 불러서 가.”

동진이 뭐라 대꾸도 하기 전에 설이는 다시 길가로 뛰어나가 택시를 잡아탔다.

혼자 남겨진 동진은 설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휩싸인 채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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