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뭐
1화
웹소설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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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ztoon.com/images//so/911/top.jpg)
![김대리](http://naztoon.com/images/so/911/bin-1.jpg)
“어! 백 대리! 오늘 퇴근 하고 요 앞 순댓국집에서 소주 한 잔 어때?”
김 대리의 말에도 설이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묵묵히 가방을 챙겼다.
![김대리](http://naztoon.com/images/so/911/bin-1.jpg)
“어이!백대리! 애인 없는 사람들끼리 한잔 하자니까? 어차피 퇴근하고 갈 데도 없잖아~”
애인을 못 사귀는 거랑 안 사귀는 거랑은 꽤 차이가 큰데 지 자신을 참 몰라도 너무 모르네.
자꾸 자기랑 세트로 묶어대는 김대리 때문에 가방을 챙기는 설이의 손에는 짜증이 묻어났다.
마지막으로 휴대폰까지 가방 안에 쏙 챙겨 넣은 설이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김대리를 쳐다봤다.
![김대리](http://naztoon.com/images/so/911/bin-1.jpg)
“아니면 삼겹살에 소주? 아, 내가 쏠게~”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전 꽃등심 좋아하는데.”
![김대리](http://naztoon.com/images/so/911/bin-1.jpg)
“꽃..등심? 아..우리 김대리 소 좋아하는구나? 근데 소주엔 삼겹살이지~”
얻다 대고 우리래... 목 끝까지 치민 짜증을 설이는 꾹 삼켰다.
한편 꽃등심이라는 말에 동공 지진이 난 김 대리는 애써 웃으며 말을 돌렸다.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소주에 삼겹살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랑 드세요. 김 대리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치근거리는 김 대리에게 한 마디 더 해주고 싶었지만, 가방 속의 휴대폰이 징징거려 설이는 김 대리를 향해 싱긋 한 번 웃어 보인 후, 회사를 나섰다.
여섯 시 땡 되자마자 우수수 쏟아지는 노란 대화창에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설이의 손이 바빠졌다.
***
![현주](http://naztoon.com/images/so/911/bin-3.jpg)
“어어! 백또!”
번화가 한 쪽에 위치한 술집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테이블 가득 안주와 술을 채워져 있었고, 그 가운데에서 현주가 환하게 웃으며 설이를 반겼다.
![현주](http://naztoon.com/images/so/911/bin-3.jpg)
“여기 앉아 앉아~”
현주가 마련한 자리에 앉은 설이는 바로 채워지는 잔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오늘 먹고 죽자고?”
![현주](http://naztoon.com/images/so/911/bin-3.jpg)
“당연한 거 아님? 이날을 위해 지긋지긋한 회사 생활을 버텼는데!”
주먹까지 불끈 쥐는 현주의 모습에 설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비웠다.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먹고 죽지 뭐.”
![민석](http://naztoon.com/images/so/911/bin-4.jpg)
“백도 왔어?”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어, 너 담배 아직 안 끊었어?”
민석의 손에 들린 담배와 미미하게 풍겨 오는 담배 냄새에 설이가 물었다.
![민석](http://naztoon.com/images/so/911/bin-4.jpg)
“금단 현상이 생각보다 너무 심해.”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어쩐지 이번에 오래간다 했다.”
![민석](http://naztoon.com/images/so/911/bin-4.jpg)
“준호는 좀 늦는데.”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똥진이는?”
![민석](http://naztoon.com/images/so/911/bin-4.jpg)
“늦게라도 온다고 했는데 모르지 뭐.”
현주와 민석, 그리고 준호까지 모이자 술자리 분위기는 더욱더 고조 되었다.
![준호](http://naztoon.com/images/so/911/bin-5.jpg)
“야, 똥진이한테 전화해볼까?”
![민석](http://naztoon.com/images/so/911/bin-4.jpg)
“놔둬. 촬영이 늦어지나 본데.”
![준호](http://naztoon.com/images/so/911/bin-5.jpg)
“이 자식은 매일 바빠. 저번 모임도 안나오고.”
![현주](http://naztoon.com/images/so/911/bin-3.jpg)
“요새 영화 찍잖아.”
어릴 적부터 이상하게 동진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던 준호는 어른이 되어서도 유난히 동진에게 라이벌 의식을 강하게 느꼈다.
하지만 막상 동진은 준호에게 그런 감정 같은 게 없어 적대감을 가지지 않았고, 그것조차 준호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더 펄펄 뛰었다.
![준호](http://naztoon.com/images/so/911/bin-5.jpg)
“지만 일하냐? 아주 이 세상일 지가 다하는 줄 알겠어.”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자 슬슬 또 고개를 드는 동진을 향한 준호의 적대감에 분위기는 또 가라앉았다.
![민석](http://naztoon.com/images/so/911/bin-4.jpg)
“이번에 못 만나면 다음 모임에는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끌고 올게. 우리 준호가 똥진이 엄청 보고 싶은가보다~”
보다 못한 민석이 허허 웃으며 분위기를 만회하려 했지만 준호는 동진의 험담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준호](http://naztoon.com/images/so/911/bin-5.jpg)
“막말로 그 새끼 이쁜 여자란 여자들은 다 건드리고, 이번에는 또 그 아이돌 출신 배우라며? 걔 여자 사귀려고 연예인 하는 거 아니냐.”
이번에는 좀 심했다 싶어 참다못한 설이가 입을 열려는 찰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동진](http://naztoon.com/images/so/911/bin-6.jpg)
“늦어서 미안하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등장한 동진 때문에 준호를 제외한 세 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동진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막상 그 주인공인 동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설이의 옆에 앉았다.
![민석](http://naztoon.com/images/so/911/bin-4.jpg)
“어..어 오랜만이다 요새 많이 바쁘지.”
정신을 차린 민석이 얼른 동진의 술잔에 술을 채우며 화제를 돌렸다.
![동진](http://naztoon.com/images/so/911/bin-6.jpg)
“물들어올 때 노 저으려면 열심히 해야지.”
민석의 물음에 동진은 피곤이 잔뜩 묻은 얼굴로 술잔을 비웠다.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너 내일 촬영 있는데 괜찮아?”
![동진](http://naztoon.com/images/so/911/bin-6.jpg)
“오후 촬영이라 괜찮아.”
![준호](http://naztoon.com/images/so/911/bin-5.jpg)
“야아 대단한 연예인 납셨네.”
그 새를 못 참은 준호는 또다시 동진을 보며 비아냥거렸고 동진은 못 들은 척 술잔만 기울였다.
![현주](http://naztoon.com/images/so/911/bin-3.jpg)
“야 박준호 그만해.”
![준호](http://naztoon.com/images/so/911/bin-5.jpg)
“뭘 그만해 내가 뭘했다고, 야 오늘은 네가 쏘는 거냐? 남우주연상이 사주는 술 좀 얻어 마셔보자.”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작작 좀 해라.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서는 진짜 꼴사납게 뭐하는 거야. 너 쟤랑 하루 이틀 친구 해?”
참다못한 설이가 준호에게 한마디 하자 준호는 이번에는 설이 쪽으로 화살을 겨눴다.
![준호](http://naztoon.com/images/so/911/bin-5.jpg)
“야, 백또 넌 왜 남동진 기사 안 쓰냐?”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뭐?”
![준호](http://naztoon.com/images/so/911/bin-5.jpg)
“남동진 열애설 기사만 해도 몇 번인데 그중 한 건도 냄새를 못 맡았다는 게 말이 돼?”
정곡을 찌르는 준호의 물음에 설이는 입을 다물었다.
기자와 배우의 친구 사이. 설이가 먼저 기자의 길을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동진도 연예인의 길을 선택했다.
두 사람은 암묵적으로 서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고, 설이는 약속한 것처럼 알아서 동진에 대한 기사는 쓰지 않았다.
물론 다른 신문사에서 내는 기사들을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경우엔 쓰긴 했지만 설이가 나서서 동진에 대한 기사를 내거나 열애설을 캐내지 않았다.
그 사실을 당연히 나머지 친구들도 알아주었고, 준호 역시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적대감과 열등감을 똘똘 뭉쳐진 준호에겐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준호는 또다시 비아냥거렸다.
![준호](http://naztoon.com/images/so/911/bin-5.jpg)
“너네 둘도 뭐 있냐?”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야 박준호!”
준호의 비아냥에 설이는 들고 있던 소주잔을 탁 내려놓으며 벌떡 일어났고, 현주는 설이의 팔을 붙잡았다.
![현주](http://naztoon.com/images/so/911/bin-3.jpg)
“술 취한 애랑 뭔 얘기를 해. 설아 그냥 네가 무시해.”
현주의 말에 설이는 준호를 한 번 노려본 후,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와버렸다.
놀란 민석이 설이를 뒤따라 나가려 했지만, 동진이 민석의 팔을 붙잡았다.
![동진](http://naztoon.com/images/so/911/bin-6.jpg)
“내가 나가 볼게.”
동진은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준호의 앞에 툭 던졌다.
![동진](http://naztoon.com/images/so/911/bin-6.jpg)
“쓰고 싶은 만큼 써봐. 그거 한도 없는 거니까.”
자신의 앞에 던져진 골드 카드에 준호는 부르르 떨며 벌떡 일어섰지만, 동진은 이미 술집을 빠져나가고 없었다.
***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에 설이는 씩씩거리며 술집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기 위해 길가로 나왔다.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세우기 위해 손을 뻗으려던 설이는 자신을 부르는 동진의 목소리에 뒤돌아섰다.
![동진](http://naztoon.com/images/so/911/bin-6.jpg)
“백도.”
설이는 습관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동진의 손을 잡고 골목으로 들어왔다.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야, 너 모자도 안 쓰고 뭐 하는 거야.”
![동진](http://naztoon.com/images/so/911/bin-6.jpg)
“어두워서 괜찮아.”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이러니까 쓸데없는 열애설 같은 게 나지.”
![동진](http://naztoon.com/images/so/911/bin-6.jpg)
“..뭐?”
![설이](http://naztoon.com/images/so/911/bin-2.jpg)
“나중에 전화할게. 너 빨리 형석 오빠 불러서 가.”
동진이 뭐라 대꾸도 하기 전에 설이는 다시 길가로 뛰어나가 택시를 잡아탔다.
혼자 남겨진 동진은 설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휩싸인 채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이전글동거 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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