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셔터를 눌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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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셔터를 눌러줘

1화

웹소설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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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찰칵. 찰칵.”

수많은 기자와 관중들이 여기저기서 플래시를 터트렸고 무대 위 조명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빈 무대를 향해 관중들이 목 놓아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BB!! BB!! BB!!”

마치 폭동이라도 일어난 것 같이 뒷줄에 밀려 있던 관객이 앞줄로 밀고 왔고 관객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와와와와!!!”

엄청난 함성이 터졌다. 드디어 무대의 주인공이 등장한 것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검정 단말머리에 오목조목 귀여운 얼굴의 봄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수많은 관객이 하나의 목소리로 고함을 쳤고 그 소리는 실내공연장을 울렸다.

“BB의 랩을 막고 있는 막내 봄입니다. 짠!”

봄이 관객을 향해 V를 그렸다.

“봄!! 봄!! 봄!!”

관객들은 그녀의 이름을 연호했다.

무대 뒤의 다른 멤버들은 자신의 차례를 지루하다는 듯, 기다렸다.

“졸라 귀여운척하네.”

“미친년 너나 잘해.”

두 멤버가 서로 으르렁 거렸고 그들 옆의 스텝이 그녀들을 향해 사인을 보냈다. 사인을 받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이 변했다. 해맑고 귀여운 아이돌의 표정이었다.

“안녕하세요!!”

노란색으로 물들인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관객을 향해 고개 숙였다.

“여러분!! B.B의 여름이에요. 얍!!”

여름이 관객을 향해 하트를 날렸고 관객은 그녀의 하트에 환호로 답했다.

“섹시!! 섹시!! 섹시!!”

여름을 향해 관객이 함성을 질렀다. 그녀는 가느다랗게 찢어진 눈과 커다란 가슴을 갖고 있었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그런 그녀를 ‘섹시 여름’이라고 불렀다.

“주접들을 떠네... 미친년들...”

무대 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가을이 중얼거렸다. 스텝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사인을 보내자, 거짓말처럼 주름 졌던 가을의 미간이 펴지며 환한 얼굴로 변했다. 그리고 발랄하게 무대로 뛰었다.

“여러분!!”

가을이 관객을 향해 소리치고는 마이크를 넘겼다.

“네!!”

관객은 그녀의 부름에 큰 소리로 대답했고 가을은 또 다시, 관객을 향해 외쳤다.

“여러분!!”

“네!!”

관객 역시 기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BB의 리드보컬과 리더를 맡고 있는 가을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가을이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가을은 긴 갈색머리를 찰랑이며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며 일일이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와와와와와!!!”

그녀의 무대 매너에 관객들은 들썩였다.

“쇼한다.”

“가식적인 년.”

봄과 여름은 가을을 보며 욕을 해댔다. 하지만 둘의 표정은 아주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저 깜찍하고 귀여운 아이돌이 심한 말을 할 거라고 관객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가을은 속일수 없었다. 가을이 뒤를 돌아봤다. 청순하던 그녀의 눈망울이 아주 매섭게 변해 있었다.

“뒤진다.”

싸늘한 표정으로 가을이 두 사람에게 경고를 보냈고 다시, 관객을 향해 도는데, 그녀의 얼굴은 거짓말처럼 아름다운 미소로 가득했다.

“너무 감사해요!!”

가을이 감사의 인사를 건네자, 한발자국 뒤에 있던 봄과 여름이 가을의 양옆에 섰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를 향해 환한 미소를 보였다. 누가 보더라도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친자매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들이었다.

“다 들었다.”

가을이 웃으며 봄에게 말했고 봄도 환하게 웃으며 가을에게 말했다.

“주접떨지 마라... 나이도 졸 많은 년이 ㅈㄴ 귀여운 척 하네.”

“야. 둘 다. 그만해라. 지금 일하는 중이다.”

여름이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둘에게 말했다.

“너나 조용히 해. 젖탱이만 큰 멍청이가.”

“뭐라고? 이 나이만 쳐 먹은 노땅이!!”

“ㅈㄹ들을 하세요.”

결국, 막내의 발언에 그들은 이성을 잃었고 서로의 머리칼을 잡고 싸움이 일어났다. 장내는 아수라장이었다.

“아니야... 나의 봄이 저럴리 없어... 저건 봄이 아니야.”

관객들은 그녀들의 난장판 같은 싸움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싸우는 게, 아니야. 저건 퍼포먼스야 봐봐. 다들 웃고 있잖아!!!”

“역시, BB는 대단해. 이런 패싸움 퍼포먼스라니... 정말 획기적이야. BB!!”

관객들은 뜨거운 함성을 지르며 그들을 연호했다.

“BB!! BB!! BB!! 봄!! 여름!! 가을!! 봄!! 여름!! 가을!! BB!! BB!! BB!!”

그들은 정말 프로였다. 서로의 머리칼을 잡고 의상이 찢어질 정도로 멱살을 잡았음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것이다.

*

사실 BB가 유명세를 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녀들을 찍은 직캠 동영상이 화제를 끌며 이슈가 생긴 것이다. 사실, 그 동영상이 퍼졌을 때, 그들은 연예인 생활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충격적인 영상이었는데... 오히려 그 영상을 계기로 스타의 자리까지 앉게 된 것이다.

“잘하자. 첫 공연이라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화이팅!”

가을이 긴장하고 있는 두 멤버에게 말했다. 봄과 여름도 친언니처럼 가을을 따랐다.

“알았어. 언니!”

“화이팅!!”

무대 뒤에서 그녀들이 나왔다. 무대에는 ‘장수마을 고추 축제’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녀들이 드디어 무대 중앙에 섰고 안무에 맞춰 대형을 갖췄다. 하지만 아무런 함성도 열띤 응원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관객이라고는 다섯 명도 되지 않았고 심지어 모두 80은 되 보이는 노인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아무도 듣지도 아니, 들리지 않는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녀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공연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짝. 짝. 짝.”

매니져겸 소속사 대표인 진대표가 그녀들에게 박수를 쳤다. 머리는 까질 대로 까져있었지만 웃음만큼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해맑았다.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

BB엔터테이먼트 BB가 속한 회사의 이름이었다. 오로지 BB를 위해서 만들어진 회사인 것이다. 직원은 둘. 대표와 경리 한명 뿐이었다.

“얼마 받았어요?”

가을이 진대표에게 물었다.

“돈은 아니고...”

진대표가 운전을 하며 말했다.

“돈이 아니에요? 그럼 뭐예요? 금?”

여름이 해맑게 진대표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진대표는 금세 대답을 하지 못했다.

“금은 아니고.. 비슷한 거지.. 금 고추...” 하고 진대표가 말하며 조수석에 놓인 박스 안에서 고추 한 봉을 꺼내 뒤로 보냈다.

“뭐야? 고추 먹고살아?”

“우리 이 고추 팔까?”

봄이 아이디어를 냈다.

“시장가서 우리 노래 틀고 고추도 팔고. 대표님 어때요?”

봄이 신나서 말했고 진대표는 그녀의 말에 씁쓸해 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너희들은 연습만 열심히 해 돈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돈도 없으면서... 치..”

봄이 중얼거렸다.

“뭐 먹을까? 오랜만에 고기 먹을래?”

“오예!!”

진대표의 말에 여름은 금세 기분이 풀려 소리쳤다. 스무 살의 발랄함이 가득 묻어나는 봄이었다.

“다음 공연은 훨씬 좋은 대로 잡을 테니까.. 오늘은 너무 실망하지 말고... 기분이다. 오늘은 소고기다.”

진대표의 소고기 선언에 승합차 안은 환호로 가득했다.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 진 것은 없지만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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