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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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하는 날

봉사하는 날

1화

웹소설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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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녁 어스름에 지연의 등 뒤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단정하게 하나로 묶은 머리가 그녀의 움직임에 맞추어 어깨 아래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도드라져 보이는 흰 피부와 끝이 살짝 솟아오른 눈매, 날렵한 콧날과 불그레한 입술은 그녀를 스쳐지나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 번씩 눈길을 잡아끌게 만들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지연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점은 그녀의 몸을 타고 흐르는 분위기였다.

누구든 감히 말을 붙여볼 수 없을 만큼 고고하고 우아한 몸짓은 지연이 살아온 길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기실, 귀족적인 그녀의 자태는 태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연은 지금껏 부족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았다. 작게나마 사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의 수입은 간단한 아르바이트조차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했고, 가정주부인 어머니의 손에서 곱게만 자라온 지연의 삶은 앞으로도 이변 없이 탄탄대로일 것이라 장담했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기 전까지는.

“일찍 왔네?”

“…….”

“대답은 좀 하자.”

부자는 망해도 삼대를 간다고 했다. 하지만 지연의 집이 그만큼 부유하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사업이 점점 기울어가고 있다는 것은 최근 집안에 흐르는 분위기로 대충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빚의 양은 지연이 상상한 그 이상이었다.

눅눅한 냄새가 나는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갈 때는 눈물이 나왔고, 아버지가 빚쟁이에게 고개를 숙일 때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생전 험한 일 한 번 해본 적 없던 어머니가 식당에 일을 하러 나갈 때에는 아랫입술에 피가 배어날 만큼 세게 깨물 수밖에 없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모멸감과 위기감이 그녀의 온 몸에 휘몰아쳤다.

“됐고, 어디로 가면 돼?”

“이거 가지고 올라가. 305호.”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던 우건이 지연을 향해 카드키를 내밀었다. 실실 웃으며 휘어지는 눈동자가 지연의 머리끝부터 발끝을 훑으며 내려갔다. 쯧, 소름 끼치는 시선에 한 번 혀를 찬 지연이 곧장 몸을 돌렸다.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지연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준 것이 바로 우건이었다. 처음에는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셈이었다. 그가 평소 지연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 충분히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생각보다 보수가 적은 일과 강도 높은 업무는 집안에 하등 보탬이 되지 않았고, 결국 우건의 달콤한 꼬드김에 넘어가게 되었다.

“주지연.”

“할 말 남았어?”

“우리 이제 친구도 아닌데, 호칭 정리는 똑바로 하자.”

“원하는 게 뭐야?”

“존대 해.”

“…….”

“무섭게 노려보네. 야, 이건 내 사업체야. 말하자면 내가 사장인 셈인데 너 말고 다른 애들은 전부 존대를 한다고. 게다가, 네가 봉사하는 대상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 줄 알아? 혹시 말실수라도 할까 그러는 거지. 넌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봉사활동. 우건이 소개시켜준 일은 그것이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남자들은 모두 신분이 확실한 사람들이었고, 지연은 그들과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적절한 선의 스킨십을 나눈 뒤 헤어지면 그만이었다.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쉬운 일이라 이런 식으로 큰돈을 벌어도 되는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대답은?”

“……네, 그러죠.”

“좋아. 이만 가 봐.”

우건만 없다면 이 일은 완벽에 가까울 텐데. 지연이 구겨진 얼굴로 몸을 돌렸다.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우건이 흐흥, 소리 내며 웃음을 흘렸다. 늘씬하고 육감적인 몸매는 언제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다.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건은 웃었다.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오늘은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워낙 일이 많으시잖아요.”

남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지연이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젊고 어린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내 젊었던 시절이 떠올라. 특히 너와는 말이 아주 잘 통해.”

“과찬이시네요.”

“바른 말을 하는 거지. 오늘도 진득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오늘은 그게 힘들 것 같으니…….”

이제 마흔 초반에 들어선 남자는 그럭저럭 괜찮은 사업체 몇 가지를 소유한 재력가였다. 지연이 봉사하는 남자들의 대부분이 이런 사람이었으니 놀랄 것도 없었다. 그들이 바라는 모습은 다양했다. 말이 거창해 봉사지, 지연은 가끔 이곳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선생, 하녀, 직장 동료, 부하, 첫사랑…… 지연은 온갖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었고, 까다로운 대화 또한 능란하게 받아낼 수 있었다. 그것이 봉사 받는 남자들의 만족감을 끌어내는 방법이었다.

“오늘은 이정도로.”

남자가 바지 지퍼를 내렸다.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는 지연의 행동에는 아직 남자를 잘 몰라 어색해하는 기운이 남아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만족감을 끌어내는 능란한 태도는 남자들을 안달 나게 만들었지만, 아직 풋내가 남아있는 지연의 태도는 남자들의 마음을 미치도록 만들었다.

“입 벌려. 그래, 착하지.”

지연의 코앞에 남자의 페니스가 드러났다. 뜨겁고 단단한 것이 매끄럽고 부드러운 지연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핥아봐.”

남자의 명령조에 지연의 턱과 혀가 어설프게 움직였다. 위에서 내려다본 그녀의 두 뺨이 점차 상기되기 시작했다. 서툴게 끝과 기둥을 핥아 대는 잇새로 침이 흘러내렸다. 끈적끈적한 타액이 그녀의 턱을 적셨다. 턱이 뻐근했다. 익숙하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에 남자의 두 손이 우악스럽게 그녀의 뒤통수를 붙들고 움직였다. 목 끝까지 남자의 열기가 치밀고 들어왔다. 사정없이 목젖을 찔러대는 탓에 눈꼬리에 눈물 몇 방울이 맺혔다. 반사적으로 남자의 무릎을 쥔 지연의 손에 미약한 저항의 기미가 떠올랐다. 손등의 뼈가 하얗게 불거졌다. 그러나 작은 저항은 남자의 흥분을 더욱 불러일으킬 따름이었다.

“그래…… 좋아……!”

지연의 입 안은 뜨겁고 부드러웠다. 기둥에 들러붙었다 떨어지는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남자를 만족하게 할 스킬이 충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순종하는 듯 하면서도 은근하게 고개를 치들고 사람을 깔아보는 듯, 도도한 지연이 무릎을 꿇고 자신의 것을 물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그를 평소보다 더 빨리 절정에 치닫게 만들었다.

“읏, 크…….”

“삼켜.”

“…….”

“전부 다.”

볼록해진 뺨, 그리고 목젖 끝까지 찔러 넣은 기둥 끝에서 희뿌연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쿨럭, 기침을 하려는 지연의 입술 위를 손으로 덮은 남자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눈살을 찌푸린 채 어깨를 떨던 지연의 목 너머로 허연 액체가 넘어갔다. 그제야 떨어지는 남자의 손바닥 아래 지연의 입술이 닿은 감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저 부드러운 입술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위가 이것뿐이라니. 너무 아깝지 않은가.

“다른 거 해볼 생각은 없어?”

“아직까지는 없어요. 죄송해요.”

“아쉽네.”

옷으로 감싼 몸은 완전히 달라붙어있는 것이 아님에도 굴곡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아쉽다는 듯 그녀의 몸을 눈으로 훑던 남자가 옷차림을 추스르며 말을 뱉었다.

“그래도 혹시 생각 있으면 말해달라고. 받을 수 있는 액수가 달라지거든.”

“……네.”

몸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지연에게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그렇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지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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