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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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1화

웹소설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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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례하지만.. 하시는 일이.. ]

[ 가구 공장 하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열여섯 살부터 가구 공장에서 일을 시작해서 꼭 이십사년이 되던 마흔 살에 제 공장을 가지게 됐죠.. 다행이 그 공장이 잘 돌아가면서 살림도 폈고.. 지금은 돈 걱정은 안하고 살게 됐습니다.. ]

[ 네.. ]

남자는 자신의 일에 자긍심이 넘쳐 보였다.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온 사람만이 가지는 마음이었다. 그런 남자가 어쩌다 며느리와 그런 관계를 맺었는지 궁금했다.

[ 며느님과 관계를 맺은 건 언제부터.. ]

조심스럽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상담을 시작하면서 한 번도 나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그것은 자신의 저지른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는 반증이었기 때문이다.

[ 그게.. 아들놈이 결혼을 하고 나서 일 년이 지날 무렵이니.. 한 이년쯤 됐습니다.. ]

난 또 한 번 놀랬다. 이년이란 시간이 동안 그렇게 며느리와 관계를 이어왔다는 게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아들이 결혼하고 일 년이라면 아직 신혼 때인데 그때부터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날 당황하게 만들었다.

[ 아드님의 나이가.. ]

[ 올해로 꼭 서른입니다.. ]

[ 며느님은.. ]

[ 스물아홉입니다.. ]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스물아홉의 여자가 오십대 중반의 남자와 그것도 자신의 시아버지와 육체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욱이 처음 관계를 맺은 게 이 년 전이라면 여자의 나이는 스물일곱이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난 복잡한 머릿속에서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 남자가 섹스를 밝히는 남자이거나 아니면 며느리라는 여자가 섹스를 밝히는 여자라고 말이다. 그런데...

[ 선생님께 뭐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

[ 네.. ]

[ 솔직하게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과의 상담을 계속 할 수가 없습니다.. 아셨습니까.. ]

[ 네.. 알겠습니다.. ]

[ 혹시 부인과 며느님 말고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은 적이 있습니까.. ]

[ 아.. 아닙니다.. 절대 그런 적 없습니다.. ]

[ 사실입니까.. ]

[ 네.. 맹세코 그런 적이 없습니다.. ]

많은 환자를 대하면서 알게 된 여러 상황을 짚어볼 때 완강하게 부인하는 남자의 말이 진실임을 느꼈다. 그래서 난 며느리에 대한 의심을 품었다.

[ 좋습니다.. 그럼 며느님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보시죠.. 육체적 관계를 떠나 순수한 시아버지의 시선으로 말입니다.. ]

[ .... ]

육체적 관계라는 말에 남자의 얼굴에 황망함이 깃들자 난 앞으로 상담에서 언어 선택에 주위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는 얼굴까지 벌게진 체 마치 쥐구멍이라도 찾아들 모습이었다.

[ 말씀해 보시죠.. ]

[ 착한 아이입니다.. ]

[ 착하다고요.. ]

[ 네.. ]

[ 착하고 심성이 고운 아이입니다.. 집안일에도 열심이고 언행 하나하나가 단정한 아이입니다.. ]

[ .... ]

난 어이가 없었다. 심성이 곱고 언행이 단정한 여자가 자신의 시아버지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단 말인가.. 난 다시 한 번 이 남자가 며느리의 이중적인 모습에 속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중년의 나이에 며느리를 떠나 이십대의 여자에 육체는 남자의 모든 것을 홀릴만한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담 중간에 며느리라는 여자를 만나며 이런 나의 직감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말이다.

[ 알겠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처음 며느님과 일이 시작된 시기부터 이야기를 해보시겠습니까.. ]

[ 저.. 그런데.. 비밀은.. ]

[ 걱정 마십시오.. 환자와의 상담 내용은 저 말고는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

[ 네.. ]

[ 시작하시죠.. ]

[ 그러니까.. 아들놈이 결혼을 하고 반년쯤 지나서 아내가 간암으로 쓰러졌을 때.. 아들놈이.. ]

[ 잠시만 요.. ]

[ .... ]

[ 그럼 사모님께서는.. ]

[ 육 개월 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며느리와 일도 그쯤에...]

[ .... ]

난 그제야 이 상담에서 한줄기 빛을 찾은 듯 했다. 이유야 어쨌든 남자와 며느리 간에 있었던 관계의 시작이 남자의 시름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오셨어요.. -

- 오냐.. -

- 석환이는 -

- 오늘 늦나 봐요.. -

- 그래.. -

- 저녁 준비할게요.. -

- 됐다.. 생각 없다.. -

- 아버님.. 또 식사 거르시려고 그러시죠.. -

- 입맛이 없어서 그런 다.. 걱정 말아라.. -

주희는 힘없이 어깨를 떨구고 방으로 들어가는 시아버지의 모습에 눈물을 글썽였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집에서 제대로 식사조차 않는 시아버지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간혹 늦은 밤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거실을 지날 때면 시아버지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숨죽인 울음소리를 몇 번인가 들을 수 있었고 때로는 늦은 밤 정원에 홀로 우두커니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시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면 살아생전 시아버지를 하늘처럼 생각하던 시어머니의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짓곤 했었던 것이다.

- 아.. 머리야.. 여보... 여보... -

전날의 술 때문에 머리가 깨어질 듯 아픔을 느낀 석환이 주희를 부르기 시작하자 잠시 후 주희가 방으로 들어왔다.

- 나.. 물 좀 뭐.. -

- 그러기에 왜 그렇게 술을 먹어.. -

- 잔소리 그만하고 빨리 물이나 줘.. -

석환이 인상을 쓰며 말하자 주방으로 나가 물을 떠온 주희가 물 컵을 넘기자 석환이 단숨에 컵을 비웠다.

- 카.. 이제 살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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