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 세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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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 세모녀

1화

웹소설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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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장 저한테 왜 이러세요?

풍미각…… 읍내는 물론이고 사방 100리 안에 사는 사람 치고 풍미각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숯불갈비와 냉면 맛이 특히 일품인 풍미각은 민간인들은 물론이고 인근 군부대에 근무하는 장교들의 회식 장소로도 널리 알려진 식당이었다.

풍미각의 2대 독자 기철이 훈련소에서 퇴소하는 날이었다. 30년 전부터 이곳 풍미각을 운영해온 기철의 할머니가 된새벽부터 일어나 종업원들을 들볶기 시작하더니 기철이 도착할 시간이 임박해오자, 며느리와 아들까지 싸잡아 퉁을 주며 몰아치기 시작했다.

“얘, 어멈아! 지금 뭐 하는 게냐? 우리 금쪽 같은 손주가 그 힘든 훈련받고 나오는 날인데 한가하게 카운터에 앉아 있으면 어쩌자는 게야? 어여 주방에 들어가서 음식 다 됐는지 알아 봐! 그리고 아범! 이리 좀 오거라……”

“왜요, 어머니.”

“거 담배 좀 그만 끄고, 1호실 들어가서 한 번 살펴봐라. 대대장님 사모님이 우리 손주를 보러 오신다지 않니? 조금이라도 흠을 남겨선 안 되는 거야. 어여!”

“어머니도 참…… 그깟 방위 생활 가지고 뭘 그러세요. 대대장 마누라한테 잘 보이지 않아도 문제없어요.”

“얘 말하는 거 좀 봐라. 그깟 방위 생활? 방위는 군인 아니니? 잘 보여서 나쁠 거 하나도 없으니까 빨리 가 봐.”

기철의 아버지, 영훈 씨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돌아섰다. 자신이 군대 생활하던 때와 비교하면 그깟 방위 10년인들 못하랴 싶었지만 아들 일이고 보면 마음 한쪽이 짠해지는 것만은 영훈 씨 또한 할머니 못지 않았다.

할머니가 일러준 대로 손수 1호실로 들어가 손님맞이에 빈틈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는데,

“추웅성! 이병 김기철 훈련소에서 퇴소를 명 받고 돌아왔슴다!”

아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훈 씨는 벌쭉 웃으며 득달같이 달려나가 아들을 보았다.

“아이구 내 새끼…… 얼마나 힘들었으면 볼때기가 아주 쏙 들어갔구나…… 아이구 내 손주……”

구릿빛 얼굴로 변한 기철이가 매미처럼 매달려 어쩔 줄 모르고 있는 할머니를 내려다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걸음쯤 떨어진 곳에 서 있는 기철의 어머니는 벌써 눈시울이 벌겋게 물들었다. 영훈 씨는 아들의 늠름한 모습을 보자, 가슴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다녀왔습니다.”

“오냐, 그래. 수고했다.”

영훈 씨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여준 후 돌아섰다.

“기철아, 어여 방으로 들어가자. 우리 손주 배고플 텐데……”

기철은 할머니 손에 이끌려 1호실로 들어갔다. 깔끔하게 치워진 방안에 하얀색 종이가 곱게 깔린 탁자가 놓여 있었다.

“기철아, 대대장 사모님 오시기로 했다.”

“예에?”

방석 위에 앉으며 군복을 벗어 던지려던 기철이 깜짝 놀랐다. 자신이 앞으로 18개월간 근무할 부대의 대대장 사모님이 온다는 말에 긴장했던 것이다.

“대대장 사모님이 왜요?”

“왜긴 너 보러 오시는 거지. 할미가 다 손 써놨다. 군대 생활 편하게 하려면 잘 보여야지.”

“안 그러셔도 되는데……”

“예끼 인석아…… 할민 너 고생하는 꼴 못 본다.”

그때였다.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는가 싶더니, 어머니의 아부하는 듯한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세요, 사모님. 얘, 기철아…… 대대장님 사모님 오셨다. 어서 나와서 인사드려라.”

기철은 총알처럼 일어나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곤 풍미각이 떠나가라 소리치는 것이었다.

“추웅서엉!”

대대장 마누라는 40대 중반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날씬하고 세련된 여성이었다. 그녀는 기철의 우렁찬 경례에도 흔들림 없이 화사하게 웃었다.

“자네가 기철이야? 듣던 대로 참 잘 생겼군. 안으로 들어가지.”

“예, 알겠습니다.”

부모님과 할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군기 바짝 든 군인 행세를 하려니 창피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하늘같은 대대장 마누라 아니던가. 기철은 대대장 마누라를 따라 1호실로 들어갔다.

“저, 할머니…… 제가 음식 나오기 전에 우리 총각한테 할 말이 좀 있습니다. 잠깐 둘이 얘기 좀 해도 되겠지요?”

막 신발을 벗고 따라 들어오려던 할머니가 마지못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방문이 닫히고 기철과 대대장 마누라는 탁자를 사이에 놓고 마주앉았다.

“호호…… 군기 바짝 들었네? 난 군인 아니니까 편히 쉬어.”

“아닙니다!”

“호호…… 그래, 그럼. 자네 소문은 많이 들었다네. 여기 고등학교가 생긴 이래 최초로 서울대에 합격한 수재라지?”

“아닙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겸손하긴…… 우리 집안은 대대로 육사에만 들어갔다네. 우리 아버진 삼성 장군이셔…… 우리 남편도 마음만 먹으면 진급이 되겠지만 워낙 능력 없는 인간이라 내가 막고 있지.”

대대장 마누라는 겉보기와 달리 대찬 데가 있는 여자 같았다. 물론 그녀의 아버지가 삼성 장군이며, 그 아버지의 권세를 믿고 남편 알기를 개떡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철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부부가 풍미각에서 식사하는 것을 워낙 즐기다 보니 어깨 너머로 주워들은 얘기였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것일까? 그리고 이 자리가 마련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기철은 몹시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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