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재벌 2세 제산왕
1화
웹소설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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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많은 체인점이 분포되어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카우 라이킷.’
이곳은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품격을 챙길 만큼 조용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그런 이곳에서 소란스러운 싸움이 벌어졌다. 덩치가 산만한 사내와 귀엽고 자그마한 여성의 싸움이었는데, 다행히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싸움의 종지부를 끊을 한방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야, 이! 멍멍이 자식아!”
『빠악!』
“허...으..으억..”
덩치가 큰 사내는, 낭심을 두 손으로 움켜쥔 채 무릎을 모아 폴더 폰 마냥 구겨졌다.
비명소리 조차 시원하게 지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얼마나 아픈지 충분히 상상이 되었다.
“하아.. 어디가나 사내새끼들은, 조금만 만만하다 싶으면.. 아오!”
이수는 씩씩거리며 더러워진 신발을 털었다.
*
약, 한 달 전..
금요일 저녁. 좋은 홈쇼핑 서울 콜센터는 무척이나 바쁘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쇼 호스트 유난영씨가 판매하는 상품이 방송한다 싶으면 주문이 폭주해, 대기 전화만 기본 백건이 넘는다.
7파트 파트장인 여이수(25세). 그녀는 자판이 부서져라 타자를 치고 있었다.
모니터 채팅창엔 전화 주문을 받고 있던 파트원들의 울분이 쉬지 않고 올라오고 있었다.
『파트장님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어요!』
『가지마. 가는 순간 죽는다. 휴식 걸지 마! 전화 받아!』
『ㅜ.ㅜ』
『ㅜ_ㅜ』
『울지 마! 이 약해빠진 파트원들아! 삼십분만 참으라고!』
『파트장님, 저도 터질 것 같아요.. ㅠ_ㅠ』
『눈물 두 줄 흘려도 소용없다. 대기하지 말고 전화 받아!!』
타자를 치는 이수의 얼굴엔 짜증이 한가득 배어있었다.
“하아.. 제발 저녁 식사 시간엔 유난영 방송은 내보내지 말라고..”
저녁 일곱시. 잘먹고 잘사는 가정이라면 가족들 모두가 모여앉아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
잘먹고 잘사는 가정이다 보니 이딴 홈쇼핑 상품이야 마음껏 지를 수 있겠지. 그러니까 저녁이 아니라도 잘 팔리는 유난영씨는 제발 낮에 방송하란 말이다. 못사는 우리들 힘들게 하지 말고..
이수는 화가 나있었다.
주말에 나가 놀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오후 여섯시 반, 출근하자마자 유난영의 방송이라니..
어제까지만 해도 이 시간대는 전화가 거의 없는 보험 상품이 편성되어 있었다. 덕분에 안도하고 출근을 했던 이수. 그런 그녀의 배신감은 말로 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계절이 바뀌잖아. 이월상품 처리하려고 그러는 거니까 좀만 힘내줘라.”
센터장의 말 따윈 하나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물론 그도 까래서 까는 월급쟁이겠지만, 어느 정도는 커버를 쳐줘야지, 출근하자마자 전쟁도 아니고 이게 무어란 말인가?
어쨌든 지금 이수는 무척이나 화가 나있다.
“파트장님..”
쭈뼛거리며 이수의 자리로 온 민주는, 파트원들 중 최고선임으로서, 전화가 밀리는 중엔 웬만해선 자리를 뜨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울먹이며 이수에게 다가왔다.
“왜 그래요. 민주씨?”
이 사람이, 이 상황에, 그것도 이런 모습으로 달려온다면 분명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이수는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나쁜 기운이 이수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는지 민주는 아무말도 못하고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어서 말해 봐요. 무슨 일이에요?”
“그게.. 그러니까..”
“시간 없으니까 빨리 말하라고!”
“그러니까, 그게..”
며칠 전, 홈쇼핑 방송으론 이례적으로 2캐럿 다이아 목걸이를 판매했다. 한 시간 방송했는데 고작 다섯 개가 팔려나갔다. 다섯 개라고 해도 하나에 칠백만원. 엄청난 금액이었다.
문제는 목걸이를 주문한 고객 한 분이 배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택배 측에선 발송 완료를 시켰는데 고객은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
“그건 택배랑 이야기할 문제지?”
“그런데, 택배 측에서 줬다고 우겨서 우리한테 전화를 한 거래요..”
“하아.. 어쩌라고..”
“환불해 달래요.”
“뭐어?!”
결국, 이수는 전화를 넘겨받았다.
[당신이 책임자야?]
전화를 넘겨받자마자 총알 같은 클레임이 시작되었다.
[택배 기사가 훔쳐간 게 뻔해!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있어? 내가 택배를 다섯 개 정도 시켰는데 그중에 다이아 목걸이만 안 왔다고!]
금요일 오후 일곱시. 클레임 파트도, 상위부서도, 거기다 물건을 판매한 회사 직원들까지도 모두 퇴근하고 없는 시간. 이수는 최대한 예의 바르게 업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월요일, 다시 전화를 드리겠노라 말씀드렸다.
[뭐라고? 이런 멍청한 X아! 그게 얼만지 알아? 니 돈이면 월요일까지 기다리겠어? 당장 환불 처리해!]
차마 입으로 담을 수 없는 욕이 쉬지 않고 날아왔다.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우리 파트에 이딴 전화가 온 것인지. 그것도 이 바쁜 날, 그리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금요일 밤에 말이다.
“방법이 없어. 택배회사에 전화 한번 해봐.”
센터장이라는 작자의 말에 순간 주먹이 올라갈 뻔했다. 그곳에 전화해서 방법이 나오면 저 아줌마가 여기까지 전화를 했겠냐고?!
이수는 망연자실 그 지역 택배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책임한 담당자의 대답 이외에 아무런 해답도 찾을 수 없었다.
[목걸이가 처음부터 물류센터로 오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다음 주 배송 예정이라든지..]
“그렇다면 기사님이 모를 리가 없잖아요?”
[그 집에서 택배를 좀 많이 시켜야죠. 오늘만 다섯 개가 갔어요. 몽땅 다 올려놓고 완료 쳐버렸데요.]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어요? 물건 제대로 확인하셔야죠?”
[오늘 배송된 목걸이만 세 개에요. 어디 회사냐, 어떤 제품이냐 물어봐도 그냥 화만 내는데 무슨 수로 물건을 확인합니까? 우선 해당 지역 기사가 배송을 끝내고 사무실로 오면 확인이 되겠죠.]
“지금 기사님이 확인해주시면 안되나요?”
[오늘 엄청 바빠요. 밤 열시가 되도 못 끝날 판이라고 징징거리는데, 그런 것까지 어떻게 확인하라고 시킵니까? 오늘 하루만 기다려 주세요.]
택배 회사는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라 하고, 고객은 말이 통하지 않는 택배 회사와는 전화하기가 싫다. 그러니 당장 환불을 하라는 이야긴데, 물건이 수거가 안 되는 이 시점에 환불이 될 리가 없었다. 그것도 칠백만원이나 하는 목걸이가 쉽게 환불이 되겠느냔 말이다.
센터장이라는 놈은 혹시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봐 모든 권한을 놓아버린 지 오래. 어떻게든 오늘 안에 확인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객님. 우선 제가 물류센터에 가서 확인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늦더라도 오늘 안에 전화를 드릴 테니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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