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 이야기
1화
웹소설 작가 -
본문
커튼 사이로 희미한 빛줄기가 들어오는 이른 아침시간 준하는 벌써 옷을 다 차려입고서 출근 준비를 끝냈다.
“ 뭐 먹을 거 좀 없나...”
예민한 아내가 혹시나 깰까봐 천천히 소리 없이 냉장고문을 열었다 닫았다.
차가운 녹즙이 식도를 타고 위까지 들어 가는게 느껴져서 절로 얼굴에 인상이 써졌다.
“하아~”
작년만 해도 괜찮더니 낼모레면 환갑이 될 때가 되니 이젠 아침의 공복이 점점 싫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침잠이 많은 아내에게 밥을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날아올 잔소리가 신경 쓰여서가 아니라 아내에게 자신이 나이들고 있음을 보이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일이였기 때문이다.
[출근하냐? 고봉김밥 어때?]
같은 빌딩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대학동창인 경식에게 메시지를 보내고선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콜~ 어제 접대했더니 속 쓰려죽겠음.]
“ 아이고, 너나 나나~ ”
메시지를 확인한 준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자동차 키를 눌렀다.
삑! 소리와 함께 꽤 낡아 보이는 볼보의 시동이 걸렸다.
차안에 들어오니 지하주차장임에도 싸한 공기가 몸을 감쌌다.
“요즘 나오는 차들은 시동도 미리 켜둘 수 있다던데... 차 바꾼다고 하면 또 뭐라고 하려나? ”
자동차 대쉬보드 위에 붙여진 아내의 사진을 슬쩍 쳐다봤다.
요즘들어 부쩍 주름이 생긴 것 같다며 난리였지만 그의 눈에 아내는 지금도 21살이었던 첫만남의 모습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하얀 티셔츠에 블랙진 차림의 아내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생생했다.
옛 생각에 습관대로 가던 길을 운전하다보니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사무실 빌딩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서 1층의 김밥집으로 들어서니 여자사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맞이했다.
“우리변호사님~, 오늘은 언제오시나 했어요 호호~”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거 맞죠?”
그도 멋쩍게 따라 웃었다.
“그럼요~ 참 같이 오시던 분은?”
“그 놈도 곧 올 겁니다 하하 도착하면 주문할게요.”
준하의 말이 끝나자, 여사장은 기다리는 동안 요기를 하라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시래기국을 내어준 뒤, 눈을 찡끗하며 웃어보였다.
“다른 손님한테는 그냥 장국 주는 거 알죠?”
“영광입니다”
준하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선 따끈한 국물로 속을 달랬다.
국물 한 그릇이 온 몸을 데우려는 듯이 속에서 퍼져나갔다.
“언제 왔냐?”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돌아보니 친구 녀석이 준하 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5분도 안됐을 걸?”
“난 해장라면이랑 공기밥하나~”
“저는 그냥 김밥 2줄 주세요"
주문을 끝낸 준하는 경식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나야 그렇다치고, 넌 왜 아침도 못 얻어먹고 다니냐?”
“말도 마라, 요즘 갱년기인지 뭔지 아주 건드리면 터지는 폭탄이 따로 없어, 참 제수씨는 그런거 없지? 젊은 와이프랑 사니까 좋겠다~ ”
“김밥 먼저 드시고 계세요~”
여사장이 생글거리면 예쁘게 썰어진 김밥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자 경식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사장님, 이 친구 와이프가 20살이나 어려요. 게다가 꽤 미인이고요 그러니까 헛마음 가지지 마세요~ ”
“야야 무슨 소리야~!”
준하가 민망한 표정으로 친구에게 뭐라고 하자 여사장이 새초롬하게 쏘아보았다.
“헛마음은 무슨 헛마음이에요. 우리가게 매출 올려주는 단골이니까 잘해드리는거지!”
“미친놈아 너 때문에 앞으로 여기 오기도 다 틀렸다.”
역정을 내는 준하에게 친구는 고개를 숙여 속삭였다.
“저 아줌마 너한테 마음 있는 거 맞거든. 나한테 고마운 줄 알아라. 아 제수씨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건가?”
“입 다물고 쳐 먹기나 해”
아웅다웅 하면서도 간간히 짧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두 사람은 Y대 출신의 대학동기로 같은 빌딩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각각 운영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출근할 때마다 아침을 같이 먹다보니 이젠 가족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시간되면 와이프하고 다 같이 식사 한번 하자고~”
엘리베이터 앞에 선 준하의 말에 경식은 반색하며 말했다.
“그럴까? 안그래도 우리 와이프 분위기 좋은데서 와인 마시고 싶다고 난리여서 말이야. 그런데 둘이 가기엔 내가 영 부담스럽단 말이지. 괜히 말 한마디 잘못하면 어휴,,. ”
“그래도 같이 나이 들어가는 게 좋은 부분도 있지? 젊은 마누라랑 사는 것도 쉽지는 않다~”
단 둘이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준하는 살짝 속마음을 내비쳤다.
“복에 겨워서 요강에 똥 싸는 소리하고 있네. 나는 일주일만이라도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다”
경식의 말에 준하는 가볍게 웃고선 내릴 준비를 했다.
“오후에 와이프랑 통화해보고 연락 줄게. 먼저 간다~”
“어 수고해~”
사무실에 들어온 그는 컴퓨터를 켜서 야경이 좋은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예쁘게 차려입고 앉아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벌써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꽤 푹 잔 듯한 느낌에 눈을 떠 벽시계를 바라보니 10시가 다 되어갔다.
“흐음~ !”
커튼 사이로 들이치는 화사하고 따스한 햇빛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누운 상태로 기지개를 쭈욱 편 민주는 슬립을 위로 걷어 올리고는 팬티안으로 손을 넣어 음부속을 파고들었다.
“하으~ ”
속은 금방 촉촉이 젖어 들어갔고 팬티를 벗어내린 그녀는 다리를 활짝 벌린 채 클리토리스를 집중적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서 젊고 잘생긴 남자가 자신을 애무해주는 상상을 하며 교태스런 신음을 토해냈다.
“ 아앙~ 하읏 할 것 같아.. !”
마치 바로 앞에 남자를 두고 유혹 하듯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절정을 만끽했다.
“하아~ 하아... 아침부터 뭐하는거니.. ”
혼자서 하는 자위는 그녀를 금방 오르가즘에 닿게 했지만 그만큼 빠른 속도로 기분을 다운시키고 허탈하게 만들었다.
민주는 일어나 티슈를 뽑아 아래를 닦아내고선 거실로 나와서 커피를 내렸다.
거실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오늘은 날씨가 좀 풀렸는지 긴 패딩을 대신에 코트나 숏패딩으로 멋을 부린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음.. 오늘은 서점 한 바퀴 돌고 백화점 들려서 화장품 좀 보고.. 저녁 장 보고 오면 되겠네..”
21살에 20살 연상의 남편을 만났다.
다정다감하고 언제나 그녀에게 헌신적이었고, 결정적으로 가난했던 친정집의 사정을 모두 보듬어 안아준 남편의 모습에 감동해 결혼을 결정했다.
나이 차 많은 사람과 결혼하면 몇 년 안가 병수발 들지도 모른다는 친구들의 우려는 그녀의 결혼생활을 보며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자신과 나이 차이가 몇 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던 어머니도 그이의 지극정성에 지금은 오히려 김서방 잘 챙기라며 극성이었다.
하긴 남편이 아니었다면 우리 부모님이 해외여행이란 걸 꿈이나 꿨을까?
아직도 남의 집 살이를 하고 있겠지...
자신 뿐 아니라 친정집까지 돌봐주는 남편의 마음에 민주는 늘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과 심심할 정도로 평탄한 생활이 이어졌지만 민주의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제 또래 남자들과는 연애한 번 해보지 못한 것이 내내 남아있었다.
별스럽지 않았던 그 마음은 지난 주 9살 연하의 남자와 결혼한 친구 현주와의 만남이 시발점이 되어 점점 커져갔다.
드레스 룸으로 들어가서 진열되어 있는 가방들을 둘러보다가, 2백 만 원 남짓 되는 가방을 들고 와서는 남편이 몇 년간 용돈을 모아서 사준 거라며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고 모임에 나왔던 현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너무 좋겠다~”
미소를 지은 얼굴로 상냥한 눈빛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말했지만 속으론 비웃고 있었다.
자신이 아무렇게나 들고 나온 핸드백 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가방을 애지중지하는 그 모습이 우스워보였기 때문이다.
“얘, 그런데 가방은 나 편하려고 들고다니는 건데, 그렇게 무릎에 올리고 있으면 불편하지 않아?”
민주의 말에 다른 친구가 동조했다.
“맞아, 비 올 때 정작 본인은 비 맞으면서 우산은 가방 씌워가는 사람 보면 좀 웃기더라”
민주가 한참 우월감에 빠져있을 때 현주의 남편이 등장했다.
- 다음글vip 2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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