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썸
1화
웹소설 작가 -
본문
오기로 했던 그 여자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어제, 나한테는 분명 오겠다고 약속을 했었고, 그래도 미심쩍어 나는 그녀에게 몇 번이나 약속다짐을 받았다. 전날 나하고 철썩 같이 했던 약속을 잊은 것일까. 아니면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나도 모르게 출입문 쪽으로 고개가 자꾸만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미적지근했던 게르마늄 방의 온도가 갑자기 뜨거워지는 기분이다. 그렇다. 그 여자 때문에 나는 지금 애가 타고 있는 것이다.
“……호호호. 그래서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치솟는 성욕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어요? 정원이 아빠는?”
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송이 엄마가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나이는 올해 서른일곱. 한송이라는 이름의 8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이혼녀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맞은편 동에 사는 이 여편네는 아줌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옷차림부터 눈길을 끄는 여자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하체에 짝 달라붙는 스니커 진에 시스루 룩 차림을 즐겨 입는다. 앞과 뒤가 노골적으로 패인 상의나 피부가 훤히 비치는 옷을 입으면서 자신의 몸을 훔쳐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는 인간이다.
하긴 그런 민망한 차림새가 굉장히 어울릴 정도로 그녀의 피부는 군티하나 없이 깨끗함 그 자체였고, 얼굴이 어중간해서 그렇지 몸매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진 여자였다. 약간 마른 듯한 그녀의 몸매는 애를 낳았다는 게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늘씬한 아가씨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지금도 자신의 뒷모습에 반해 길거리에서 수작을 걸어오는 남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고 하는데, 막상 돌아본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실망하거나 아니면 유부녀라는 사실에 떨어지지 않는 아쉬운 발걸음으로 돌아서는 남자가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정도로 몸매 하나는 정말 선천적으로 타고난 여자였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내 방에서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틈만 나면 밤마다 그녀의 거실을 몰래 훔쳐보았기 때문에 그녀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몸매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질문을 던진 송이 엄마가 호기심이 잔뜩 어린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빛내며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내일 지구에 종말을 앞둔 사람처럼 서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참나! 뭘 어떻게 해결해요? 해결하기는. 남자들 쌓인 욕구 푸는 방법이 그거 밖에 더 있겠어요?”
나는 오른 손바닥을 들어 살짝 동그랗게 말아 쥐었다. 이런 적나라한 표현까지 옹기종기 앞에 앉은 여편네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나는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처음 그녀들과의 만남에서는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민망스러워 고개도 들지 못했던 나였다. 그러던 게 자주 만나 얼굴을 맞부딪치다보니 그녀들도 나도 허물이 없을 정도의 친분이 쌓인 것이다.
“에이, 그건 너무 했다. 정원이 엄마, 꽤나 섹스를 밝히게 생겼던데?”
옆의 사람들의 듣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화에 끼어든 여편네는 세영이의 엄마다. 송이네랑 같은 동의 7층에 사는 여자다. 이 여편네는 슬렌더한 몸매를 가진 송이 엄마랑 정반대로 아주 글래머러스한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여자다.
흐음. 그녀의 얼굴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예쁘다기보다는 잘 생긴 얼굴에 속했다. 매끈매끈하게 드러난 훤한 이마뿐만 아니라 진한 쌍꺼풀의 커다란 눈동자와 우뚝 솟은 코를 비롯해 하여튼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한 생김새였다.
그 육덕진 몸매의 소유자답게 입도 커서인지 말도 더럽게 많았고, 오지랖도 넓어 이것저것 참견하길 좋아하는 여편네였다. 지방에 있는 직장에 근무하는 남편 때문에 말 그대로 주말 부부여서 평일에는 주로 밑층에 사는 송이네 집에서 수다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나는 몇 번이나 목격했었다.
찜질방에서 빌린 반바지 밑으로 접어 구부려 올린 다리 때문에 흐벅진 허벅지의 밑 부분이 아슬아슬하게 비친다. 그 반바지 안에 팬티를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탱탱한 허벅지에 눈길을 슬그머니 훔쳐보다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겉보기 같지 않더라니까요. 저, 진짜 불쌍한 놈이에요. 오죽했으면 잠자리에서 자꾸 치근덕대니까 귀찮다면서…… 세상에…… 남편한테 돈을 주면서 여자를 사라는 마누라가 어디 있겠어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 말이 지, 진짜야? 정원이 엄마가 그랬다고? 에이, 거짓말 같은데? 지금 구라치는 거지?”
세영이 엄마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눈을 흘겼다.
“허어~ 내가 뭐 득 볼 게 있어서 비싼 밥 먹고 거짓말 하겠어요? 누님은 T.V도 안 봅니까? 섹스리스라는 말 몰라요? 말이 부부지 요즘 섹스를 안 하고 사는 부부들이 많대요. 내가 지금 그 짝 나게 생겼다니까요. 이게 정말 미칠 노릇이 아니고 뭐겠어요?”
나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들 앞에서 과장된 넉살을 떨었다.
“정원이 아빠가 올해 몇 살이지?”
“서른넷이요.”
“어휴~ 그럼 아직 한창 때긴 한창 때네. 끓어오를 만도 하겠다~~”
“아주 그냥 돌아버린다니까요. 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걸 안 하면 잠을 못 자는데, 지금 거의 두어 달 가까이 손으로 욕정을 푸니까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아무리 손으로 푼다고 해도 여자랑 그짓 하는 것하고 느낌이 같겠어요?”
“호호호. 그 정도야? 정원이 아빠, 보기보다 정력이 세나보네.”
여자들 앞의 남자들이 으레 그렇듯이 잔뜩 부풀린 내 허세에 세영이 엄마가 흥미롭다는 듯 맞장구를 열심히 쳐주었다.
“나도 주말 부부라서 일주일에 한 번, 아니 그것도 제대로 해야 한 번이지, 주말에 애 아빠 만나면 피곤하다고 내빼는 통에 나도 굶주린 지 오래 됐다오. 정원이 아빠! 말 나온 김에 우리 굶주린 사람끼리 언제 화끈하게 같이 몸 한 번 풀까?”
“흐흐흐. 누님만 좋다면 저야 언제든 콜이지요.”
마누라는 나보다 세 살이 많은 연상이었고, 송이 엄마가 마누라와 동갑, 그런데 세영이 엄마는 올해 마흔 살쯤 된 여자였다. 그래서 나는 나보다 여섯 살이나 더 많은 그녀를 누님으로 호칭했다.
마누라랑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기에 처음에는 그 누님이라는 호칭이 입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한 번 그렇게 불러놓고 보니 더 말할 나위 없이 아주 편했고, 세영이 엄마도 그런 내가 귀엽다고 마누라 대신 전업 주부 역할을 하는 나를 친 남동생처럼 이것저것 살갑게 잘 챙겨준다. 죽이 척척 맞아가자 세영이 엄마가 조금 더 내 앞으로 다가와 은밀한 목소리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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