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허준]
1화
웹소설 작가 - 폭주기관차
본문
“응애애애!!”
커다란 울음소리가 분만실에 울렸다.
산모는 갓 태어난 갓난아기를 안고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의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와 의사와 간호사도 생명 탄생에 대한 기쁨을 같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 심지어 남편까지도…. 속으로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분명 보통의 분만실과는 다른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이야 처음 경험한 분만이었기에 원래 이런 건가 하고 생각을 넘겼지만 지금껏 수백 명의 생명을 탄생시킨 의사와 간호사에게는 꽤 충격적인 분만이었고 처음 경험하는 광경이었다.
간호사와 의사는 말없이 복도를 걷고 있었다. 둘은 머릿속으로 오늘의 분만을 다시 되짚고 있는 것이다.
복도 모퉁이에 이르자, 의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김 간호사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 선생님도 이상하다 생각하세요?”
의사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김 간호사는 근질근질했다는 듯, 말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아니, 고통은커녕… 즐거워하는 것 같아서요.”
“제도 그게 좀 신기했어요. 어떻게 고통이 없는 거죠? 살이 찢어지는 엄청난 고통이 있었을 텐데…”
둘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고통보다는 좋은 거니까.”
“그렇죠? 오늘 스케줄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간호사의 말에 산모는 둘에게서 금방 잊혀 졌다. 뭐 사실, 둘에게는 수없이 마주하는 산모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남편에게는 달랐다. 세상 하나뿐인 자식이고 아내다.
“원래 이렇게 고통 없이 낳는 거야?”
남편은 병실로 이동한 지금도 어리둥절했다.
“그러게. 나 하나도 아프지가 않았어. 고통보다는…. 뭐라고 할까? 굉장히 짜릿한 스포츠를 보는 느낌?”
“스포츠?”
그는 이상한 표정으로 엄마 옆에서 곤하게 잠들어 있는 아들을 쳐다봤다.
“응애….”
아빠의 눈빛을 느꼈는지,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배고프니? 우리 말랑이.”
아기의 엄마가 말하며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병실 안 두 남자의 눈이 번쩍였다. 하지만 두 남자의 의미는 매우 달랐다. 한 남자는 성욕에 눈빛이 번쩍였고 한 남자는 식욕에 번쩍인 것이다.
“으구 잘도 먹네.”
살고자 하는 본능은 유전자 깊숙이 박혀 있는 최초의 기억이다. 그렇기에 아기는 젖꼭지를 보자마자 그것이 자신을 몸을 계속해서 움직이게 해주고 소리 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물건이라 것을 알 수 있었다.
“힘도 좋아라…”
아기가 젖을 빨 때마다, 엄마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건 뭐라고 할까? 우주가 주는 혹은 신이 주는 묘한 일체감이라 할까? 엄마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자마자, 아이와 자신이 하나라는 것을…. 심지어 남편까지도 한 몸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저기….”
하지만 남자라는 동물은 여자와 달리 유대감을 느끼지 못했다. 남자는 아이가 커가며 자신의 모습을 닮고 자신의 사고방식을 유지하는 모습에 유대감을 느낄 것이다.
“저….”
남자가 또다시, 말을 흐렸다.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생존 번식을 위한 본능 때문이었는데 아무래도 임신한 기간 동안 풀지 못했던 숙제가 이제 와서,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출산한 당일 아내에게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것은 스스로도 말이 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말을 흐리고 있었다.
“왜?”
여자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남편을 쳐다봤다.
“나도 배가 고파서….”
엄마의 가슴은 아기를 위해 우유로 가득 차 있었기에 평소보다도 2배가량 크기가 컸고 안이 가득 차 마치, 20대 시절의 팽팽했던 몸을 기억나게 만들었다.
“그래? 그럼 가서 짜장면이라도 먹고 와.”
엄마는 아빠의 기분 따위는 크게 중요치 않았기에 지금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는 엄마의 젖을 먹는 아기의 모습에 묘한 질투심과 함께 성욕이 생긴 것이다.
“나도 먹으면 안 돼? 배고픈데.”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아내와 관계를 맺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출산한 여자를 안을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에이? 말랑이 껀데…. 자기가 먹으면 안 되지.”
출산 직후 남편에게 이런 요구를 듣게 되면 다른 산모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마도 화를 내거나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남편을 쳐다봤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반응은 달랐다. 일단 산통이 없었기에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10달 동안 자신 못지않게 남편도 고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내 꺼잖아.”
아빠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말랑이를 쳐다봤다. 하지만 말랑이는 그의 눈빛 따위는 무시한 채, 열심히 젖을 먹고 있었다.
“하.. 윽….”
그때, 엄마가 신음을 뱉었다. 고통의 신음일까? 아님 행복함에서 나온 비명일까?
“왜 그래? 아파? 의사 부를까?”
남편이 깜짝 놀라서는 호들갑을 떨었고 아내는 배시시 웃고 있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뭐가?”
그가 아내에게 물었다.
“아니… 흐… 왜 이러지? 젖 물리는 게… 원래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거야? ”
아내의 말에 남자는 유심히 자신의 아들을 쳐다봤다. 똘망똘망한 것이 살기 위해 죽어라 젖을 빨아 대는 게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다.
“유대감 때문에 그런 건가?”
“이런 게 유대감? 너무 행복하다. 흐….”
아내가 붉어진 얼굴을 한 채, 말했고 남편은 행복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자식까지 세상 부러울 게 없는 것이다.
“말랑아… 이건 원래 아빠 껀데 너한테 잠시 양보한 거니까… 오늘은 같이 좀 물자.”
“여보…”
한쪽은 아들이 한쪽은 남편이… 오늘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나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드르륵…
“왜? 도로 나와?”
정 간호사가 김 간호사에게 물었다.
“아니… 조금 안이 그래… 그로테스크하다 할까?”
“뭐? 뭔 테스크?”
정 간호사는 병실 안을 보기 전까지는 김 간호사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아…”
병실 문 틈새로 보이는 광경에 정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테스크하네….”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정 간호사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병실 안 풍경과 이보다 잘 어울리는 말은 없다 확신했다. 여자의 양쪽 가슴을 갓난아기와 다 큰 남자가 물고 있는 광경은 그리 흔한 풍경도 일반적인 풍경도 아닌 것이다.
*
아기의 이름은 박혀준. 혀준. 왜인지 모르겠지만 부부의 뇌리에는 그 이름 말고 다른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
“쪽. 아이고 귀여워라. 요놈. 우리 혀준이~”
요람에 누워 모빌을 잡으려 하는 혀준. 둘째 이모는 그런 혀준의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어디 보자…”
이모가 부부의 모습을 살폈다. 부부는 정신없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고 이모는 그새를 타 혀준을 안았다. 이제 갓 20살이 된 이모에게 혀준은 장난감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뽀뽀 한번은 괜찮겠지? 너무 귀엽잖아. 우리 준이….’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기에 부부는 혀준 접촉 금지를 선언했다. 너무 오바스러운 결정일 수도 있지만 너무나 적극적인 이모들의 태도를 보자면 그들이 내린 결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틈은 있었고 금지된 것은 더욱 어기고 싶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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