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위[여사장의 음탕한 비밀]
1화
웹소설 작가 -
본문
이른 아침, 아직 출근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이제 막 해가 모습을 드러내려는 듯, 주변의 모든 건물이 푸른빛에 물들여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도시락을 구매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편의점 내부보다 밖의 풍경이 어두웠을 때에는, 창문을 통해 밖이 보이지 않고 내 얼굴만 보였지만, 창문 밖이 밝아짐에 따라 편의점의 유리에서는 내 모습이 아닌, 밝아지기 시작한 건물들이 하나둘 내 눈에 띄기 시작했다.
“...”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데운 밥을 천천히 내 입속으로 넣기 시작했다.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것이 싫었던 나는, 항상 출근시간보다 훨씬 일찍 집을 나섰다.
그리고 조금은 한가한 지하철을 이용하여 회사 근처까지 온 뒤, 남는 시간 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곤 했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지만,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색이 변해가는 하늘을 찍거나, 내가 걸어온 길을 찍어 남기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는 남는 시간의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 근처의 편의점으로 들어가 아침밥을 사 먹는다.
아침 일찍 집을 나와 편의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침은 꼬박꼬박 챙겨 먹게 되었다.
나는 도시락을 입속으로 집어넣으며, 창문에 비친 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활발하지 않은 거리.
그곳에는 나처럼 갑갑한 출근이 싫어 일찍 집을 나온 것인지, 아니면 일찍 출근해야 해서 일찍 나온 것인지 모를 몇몇 소수의 사람이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익숙한 사람을 발견했다.
“아, 부장님이다.”
나는 편의점에서 회사 쪽을 빤히 바라보며 아침을 먹고 있었고, 최 부장님이 회사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것을 본 나는, 딱히 회사에 일찍 들어간다고 해서 좋을 것도 없으면서, 편의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불편하여 빨리 식사를 마치고 편의점을 나왔다.
회사의 문은 최 부장님이 열어주신다.
내가 막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였을 때, 그때에도 나는 붐비는 지하철이 싫어 항상 일찍 회사로 도착했고, 회사의 문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나를 최 부장님이 발견하시고는 껄껄 웃으시며 문을 열어주셨다.
그는 푸근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항상 다른 직원들에게도 웃으며 대해주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선 내가, 며칠 동안 회사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던 최 부장님은, 너무 일찍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지만, 출근시간의 지하철이 싫었던 나는 내 행동을 바꾸지 않았었다.
그 대신, 최 부장님의 마음을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회사의 문 앞이 아닌 주변의 편의점에서 회사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가 회사로 출근한 것을 본 뒤, 나는 소화도 시킬 겸, 잠시 주변을 걸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회사로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리고 오늘도, 그 반복되는 생활을 똑같이 행동하고 있을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오오, 창욱 씨. 오늘도 일찍 왔네요.”
주변을 조금 더 산책하며 돌아다니다 들어왔지만, 그곳에는 최 부장님과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출퇴근 카드를 찍은 뒤, 나에게 정해진 자리로 들어가 앉았고, 그런 나에게 최 부장님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번 주는 잘 쉬었나요?”
“네, 그날 들어가자마자 푹 쉬고, 다음날 책 읽으면서 시간 보냈습니다.”
“책이라... 창욱 씨는 독서를 좋아한다고 했었죠?”
저번 주 회식이 끝난 뒤, 최 부장님은 다른 인원들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택시비를 주고, 모두를 집으로 돌려보냈었다.
그 뒤로 집에 도착한 나는, 최 부장님께 무사히 집으로 들어갔다고 연락을 드렸었다.
그곳에는 나와 최 부장님밖에 없었기에, 나와 그는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
나와 최 부장님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 이내 한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의 얼굴을 본 나와 최 부장님은 잡담을 멈추고 그 상대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나와 최 부장님은 소리 높여 인사했지만,
“...”
돌아오는 대답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인사했던 상대는 ‘못된 마녀’라 불리는 우리 회사의 사장님이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정장 위로 꽉 조이듯 그녀의 가슴이 부풀어 죄이고 있었고, 치마 아래로는 반들반들한 스타킹이 빛을 반사시키며 그녀의 허벅지 부분을 감싸고 있었다.
여사장은 이내 또각또각 걸어가며 나와 최 부장을 힐끗 바라보기만 하고, 다른 인사 없이 자신의 개인 방으로 들어갔다.
“...”
“...”
그녀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와 최 부장님은 서로 이야기를 꺼내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있었지만, 그녀의 등장으로 사내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갔다.
여사장의 이름은 ‘이 선미’였다.
그녀가 다른 직원들을 무시하는 건 기본이었고, 내뱉는 말마다 상대 직원들에게 상처를 주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다른 직원들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항상 여사장님에 대한 불평이 나왔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회사 남자 직원들의 대부분은 그녀의 험담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뛰어난 외모나 몸매에 현혹된 것인지, 불쾌한 말을 들으면서도 여사장님의 뒤를 쫓아다니는 직원도 있었다.
아무리 스타일이 좋다고는 하지만, 젊은 나이에 성공하였기 때문인지 성격이 삐뚤어진 듯 보이는 그녀였기에, 여사장님을 쫓아다니는 남자 직원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았다.
“창욱 씨, 잘 쉬었어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내 옆으로, 언제 출근했는지 모를 박 대리님이 말을 걸어왔다.
“아, 네.”
“이 고요한 분위기... 벌써 오셨나요?”
“... 네.”
그가 생략한 주어는, 여사장님을 뜻하고 있었다.
지금 내 옆에서 말을 붙이고 있는 남성이, 내가 방금 전 이해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사장님에게 비꼬는 듯한 불쾌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녀와 함께 밥을 먹으려 시도하기도 했고, 그녀가 나가려고 하면 따라 나가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였었다.
귀찮게 추근거리는 그의 행동이 불쾌했던 것인지, 가끔 여사장은 직접 박 대리를 사장실로 부르기도 했다.
정확히 그곳에서 어떤 말들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사장의 성격상 절대 좋은 말을 하기 위해 따로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박 대리는 여사장에게 끈덕지게 들러붙으려고 했다.
이후, 같은 지하철을 탄 것인지 많은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기 시작했고, 우리는 잡담을 멈추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
똑같은 하루.
흔하디흔한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퇴근시간을 조금 넘긴 시간이 되자, 점심때에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고 말했던 여사장이 돌아왔다.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를 빤히 바라보고는, ‘칫.’이라며 혀를 차고 사장실로 들어갔다.
“...”
나는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이 고용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굳이 혀를 차고 방으로 들어간다니...
그녀의 성격에 문제가 있음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지금, 퇴근시간이 되어 보내는 그녀의 불쾌한 신호는 내 기분을 들뜨게 해주었다.
이내 여사장이 방으로 들어가자, 최 부장님이 눈치를 보며 말을 꺼내었다.
“자, 모두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내일도 힘내야 하니 오늘은 이쯤 하고 돌아가요.”
정시 퇴근이라는 것을 당연시하듯, 여사장은 우리가 퇴근시간이 지나도 돌아가지 않으면 빨리 돌아가라는 듯 주변에 눈치를 준다.
더욱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사장님도 기뻐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시간에 쫓기듯 퇴근시간이 되면 남은 직원들을 빨리 돌려보내려고 했다.
그녀의 행동은 이상했다.
이상했고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그런 행동은 나를 포함하여 다른 직원들이, 여사장의 불쾌한 태도와 행동에도 이 회사를 나가지 않고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퇴근시간.
그때만큼은 그녀의 얼굴이 반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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