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 사는 섬
1화
웹소설 작가 -
본문
"응아응아!"
힘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갈랐다.
"아들이다! 아들이 태어났다!"
"드디어 만황세가를 이을 후계자가 탄생했다!"
자금성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만황세가(萬皇世家)는 천지가 개벽을 하는 엄청난 소란으로 새벽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천하 최강의 고수로 무림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만황세가의 가주(家主) 황검(皇劍) 만도화(萬道和)의 유일한 걱정거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의 뒤를 이을 후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허허! 아들이란 말이지?"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다 소식을 접한 만도화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그칠 줄을 몰랐다. 할 수만 있다면 위엄이고 체통을 벗어던지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 마흔 다섯에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첫혈육을 얻었으니 어찌 춤뿐이겠는가?
"그래, 대부인의 건강은?"
"가모(家母)님은 물론 공자님의 건강도 양호하다고 합니다, 가주님!"
"어서 가보세! 누구를 닮았는지 빨리 보고 싶네!"
만도화가 후원을 가로지르자 주위에 있던 수많은 가솔(家率)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감축드립니다, 가주님!"
그날 이후 소림사를 비롯한 구파일방과 내노라 하는 수천 문파(門派)의 축하 발길이 만황세가가 있는 장안으로 몰려들었고, 만황세가는 일년 동안 문전성시와 불야성을 이루었다. 일찌기 무림이 한 아기의 탄생으로 인해 이렇게 들끓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뒤안길에 피할 수 없는 악운이 깃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성대하게 치러진 만천무(萬天武)의 돐잔치가 계속되고 있는 만황세가의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대전.
"그… 그게 사실이오, 대사?"
만도화는 손에서 떨어진 찻잔이 박살이 났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만큼 소림사의 장문인인 현각선승의 한 마디는 충격이요, 전율이었다.
"아미타불! 빈승도 믿을 수 없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입니다, 가주!"
현각선승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불호를 그으며 염주를 쉬지 않고 굴렸다. 만도화의 심장이 무너지고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설마 했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어떻게 얻은 아들인데, 그가 바로 천강색체의 몸을 타고 태어났다니! 하늘이 무너지고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천강색체(天江色體)를 타고나면 하루라도 여자와 몸을 섞어 양기를 배출하지 않으면 뼈와 살이 녹아내리는 형벌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일명 하늘의 저주라고 알려졌다. 해서 흔히 악마의 자식이라고 알려진 것이 바로 천강색체다. 물론 의술이나 어떠한 영약(靈藥)으로도 고칠 수 없다.
"내 뒤를 이어 천하를 경영하리라 믿었던 천무가 악마의 자식이라니…!"
만도화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이런 청천벽력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현각선승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의성(醫聖)이자 활불(活佛)로 알려진 소림사의 노승이 천하제일인 앞에서 어찌 거짓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계속 불호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이것이 정녕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만도화는 울부짖고 있었다.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죽음보다 깊은 침묵이 대전을 휘감고 있었다. 석상처럼 굳어 있던 그의 입술이 열린 것은 한참이 지난 뒤였다. 그의 목소리는 무심 그 자체였다. 이미 심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린 듯했다.
"대사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소!"
"말씀하시지요, 가주!"
"여기서 있었던 대화는 비밀로 해주시오!"
"아미타불! 그게 무슨 뜻인지…"
"내가 어찌 악마의 자식이 숨을 쉬는 것을 볼 수 있겠소?"
다음날 아침, 만황세가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가 장안은 물론 중원을 뒤흔들었다.
-만황세가의 소가주(少家主)가 괴질에 걸려 죽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은 모든 것을 망각의 바다에 띄어놓았다. 그렇게 이십년이란 세월이 청산유수처럼 흘러갔다.
*
*
*
색향의 도시 항주(杭州)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대서로(大西路)의 밤은 오늘도 여인들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향주 삼대 기루 가운데 하나인 춘화루의 기방. 가벼운 청의경장을 입은 젊은 사내 두 명 옆에는 짙은 화장을 한 기녀 두 명이 무엇이 좋은지 연신 웃음을 흘리며 주절거리고 있었다. 사내들의 바로 옆에는 한 눈에 보아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장검이 놓여 있었다.
"그러니까 공자님 말씀은, 이곳 향주에서 가장 센 놈이 누구냐고 묻고 계신 건가요?"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느냐?"
눈 밑에 점이 있는 사내가 기녀의 치마 속에 넣은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 도망가지 않으니까 살살 좀 만지세요! 기녀는 사내를 향해 눈을 흘기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맞은편에 앉은 장발의 사내 역시 기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떡주무르듯이 만지고 있었다.
"호호호! 센 것도 종류가 많은데, 어느 힘이 센 남자를 찾고 계신건가요? 혹시… 이것을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죠?"
기녀는 불현듯 사내의 두 다리 사이로 손을 뻗었다. 묵직한 기둥을 확인한 기녀의 입이 함지막하게 벌어졌다. 어머나, 공자님도 한 기둥 하시네요? 사내는 점잖게 기녀의 손을 빼내며 정색을 하고 물었다.
"어때, 누군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
사내는 기녀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히고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때 맞은편에서 허리를 뒤틀고 있던 기녀가 말을 받았다. 매미 날개처럼 얇은 망사 위로 투명되는 풍만한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호호호! 이제 보니 공자님들도 남근 대회에 참가하려고 그러시는구나."
"남근 대회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냐?"
"아니, 정말 모르세요? 아얏, 그렇게 깊게 집어넣으면 어떻해요?"
사내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기녀가 인상을 쓰면서 사타구니 위를 열심히 문질렀다. 어찌나 세게 문지르는지 불이 날 지경이었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기녀가 장발 사내의 손길을 허벅지 사이로 인도하며 베시시 입을 열었다.
"지금 천하 제일의 남근을 뽑는 대회가 열린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거 모르세요, 공자님?"
그녀의 한 마디에 각기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사내들의 손길이 거짓말같이 멈추면서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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