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욱."
입 안 가득 고무 냄새 때문인지, 비정상적으로 두껍고 긴 딜도 때문인지, 달뜬 숨소리와 함께 자꾸만 구역질이 올라온다.
이미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엔 눈물도 흐르고 있어 충분히 불쌍한 몰골을 하고 있을텐데,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손은 조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 웩.."
" 시끄러워. 느낄때까지 제대로하면 그땐 놔줄께. "
놓아 달라 사정하듯 엄살이 섞인 구역질을 해보지만, 딜도는 더욱 목 안쪽 깊숙이 들어왔다.
허리에 차고 있는 벨트에서 솟아 올라있는 실리콘과 고무로 만들어진 딜도를 사정이라도 시키란걸까..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항할 힘도, 벨트를 풀러버릴 용기도 없기에 뻐근하고 얼얼한 혀를 놀리고, 구역질을 참아 내며 다시 한번 깊게 삼켰다.
조용한 방 안을 질척거리는 소리.. 가쁜 숨소리가 채워 나갔다.
이미 아랫쪽은 흥건히 젖어 바닥에 몇 방울 흘려버렸을지도 모른다.
등 줄기에서 흐르던 땀이 꿇어앉은 무릎 아래까지 적셔 자꾸만 무릎이 미끄러졌다.
내 움직임에 맞춰 주인님의 손에 들려있는 채찍이 등을 간지럽힌다.
딴 생각을 할 여유는 없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채찍이 단순히 간지럽히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눈 앞이 깜깜해지고, 고통이 진한 쾌락으로 바뀔 때 쯤, 입 안을 가득 채웠던 딜도가 빠져나갔다.
" ..하아..-.. 감사합니다.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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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이었다.
며칠 전부터 속이 쓰리고 아프더니..
전 날 회식때문인지, 완전히 위가 망가져 버렸다.
밤새 변기를 붙잡고 씨름하다 출근했지만, 위장이 타들어 갈 듯 아파서 가방만 던져두고 병원으로 향했다.
짧은 진료를 마치고, 주사 한대 맞고 가라는 의사의 말이 썩 내키진 않았지만 주사실로 향해 한 쪽 엉덩이를 드러내고 누웠다.
" 엉덩이가 왜 그러세요? "
한 쪽에서 주사를 준비하던 간호사가 건조한 목소리로 한 마디 던진다.
아차.. 며칠 전에 자칭 스패커라던 그 인간과 플을 했었구나..
몇 대 세게 때리더니, 더 이상 못 하겠다고 했던...
" 아.. 넘어졌어요.."
" 음.. 그래요? "
다른 말로 둘러댈껄 그랬나 싶으면서도, 뭐 별 생각 하겠냐 싶어 얼른 주사나 맞고 속쓰림이 덜 해 졌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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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 주말 저녁..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 한 위장 덕에 술 자릴 모두 마다하고 컴퓨터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몇 몇 커뮤니티와 채팅창, 메신저창 이것저것 띄워놓긴 했지만.. 영양가 없는 대화들뿐..
욕구를 풀어 줄 만한 상대라곤 눈에 띄질 않았다
- 부르르 -
책상 위에 놓아 둔 휴대폰에서 요란스럽게 진동이 울린다.
- 즐거운 주말 저녁인데 뭐 하세요? -
등록도 안 되어있는 번호로 온 뜬금 없는 문자.
무시해버릴까 하다가 혹시나 싶어 답장을 보냈다.
- 누구세요? 문자 잘못 보내신 것 같은데요. -
- 잘못 보낸 거 아니에요. R씨 맞죠? -
누군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ㅎㅎ 저녁식사 했어요? -
연이어 오는 문자..
기분이 좋질 않다.
이런 식의 연락은 전혀 반갑지 않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 아는척을 하며 반가운 척 하다니..
누군지 알아야겠다 싶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
예상치 못한 여자 목소리.. 잠깐 멈칫하고 쏘아붙였다.
" 누구신데 문자하신거에요? 전 그 쪽 모르는데 "
" 기분나빴나요? 미안해요 그냥.. 근처사는 사람이에요. 식사안했음 밥 먹고 얼굴보면서 이야기 안할래요? "
" ... 참나... 누군지도 모르는데 무슨 밥이에요.. 장난치지 마세요. "
" 뭐 어쩔수 없죠.. 배고프면 연락해요~ "
전화가 끊겼다.
뭐 이런 일방적인 인간이 다 있나 싶었다.
끊어진 휴대폰을 보다 발끈해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다.
" 네 "
" 당신 누구에요? 내가 어디 사는진 어떻게 알아요. 그러는 그 쪽은 어딘데요. 어디서 보자는 거에요 "
" 회 좋아해요? 집 근처 횟 집 알죠? 이 동네 거기 한군덴데.. 거기서 30분 뒤에 봐요 "
" 아니.. 잠깐만요!.."
또 끊어진 전화
처음 한 번은 황당했는데, 두 번 당하니 화가 났다.
얼굴이라도 보고 한 소리 해야 겠다 싶어서 주섬 주섬 챙겨 입었다.
배도 고프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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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식당엔 사람이 꽤 많았다.
둘러봐도 아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전화 벨소리가 울리고.. 그 번호다.
두리번 거려보니 창가에 왠 여자가 혼자 앉아 손을 든다.
누군지 모를 얼굴 이었지만, 일단은 다가가 맞은편에 앉았다.
" 안녕하세요~ 올 줄 알았어요 "
" 누구세요? "
" 일단 먹고 이야기 해요. 같은 여자끼리 그냥 친구하면 좋잖아요 "
나쁜 사람인것 같지도 않고, 사람도 많은데 무슨 짓이야 하겠냐 싶어, 일단은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 혹시 운동해요? 학생 아니죠? "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어 회 접시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옮겨 쳐다봤다.
" 네? "
" 운동하거나.. 학생이냐구요 "
" 아뇨.. 직장인인데요 "
빤히 쳐다보다 슬쩍 웃는 그여자.. 자세히 보니 어디서 본 얼굴인 것 같긴 한데 기억이 안난다.
" 넘어진거 아니죠? 좀 나아졌어요? "
" ...?... 아 .!... "
그 간호사다.
이건 무슨 일인가 생각이 정리되질 않았다.
차트에 내 전화번호, 주소 다 적혀있을테니 그건 그렇다 치고..
도대체 왜 연락한거지? 넘어진거 아니냐니 그건 또 왜 ?
" 뭘 그렇게 당황해요. 넘어진게 아닌 것 같아서 물어보는건데 "
위험하다 이여자..
알고 물어보는건지, 할 말이 없는건지 갈피가 잡히질 않았다.
" 내가 생각하는 그런거 같은데.. 아니에요? "
할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말 못하는거 보니까 맞죠? 뭐 천천히 이야기 해요. 음식도 많이 남았고 급할 것도 없으니까. "
식욕이 달아나 버렸다.
위장의 쓰라림도 잊어버렸다.
맨 정신으론 앉아있기 어려울것 같아 소주를 한병 시켰다.
왜 그토록 불편한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술 기운을 빌려서까지라도 앉아 있을려 했을까..
보기에도 시원한 소주가 나오고, 따라 줄 생각도 못한 채 연거푸 몇 잔을 마셨다.
" 그 쪽이 생각하는게 어떤건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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