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미 검사를 언제부터 알고 지냈습니까?”
“아버지를 따라 정치를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그래요?”
서영중 검사가 서류를 한 장씩 넘기며 표정을 조금씩 일그러뜨렸다. 신문을 받던 최석구는 그녀의 모든 행동이 의도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검사한테 신문을 받을 때 행동 요령들을 미리 지도를 받고 왔다. 하지만 대검찰청에 처음 들어오다 보니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다는 얘기네요?”
“그렇죠.”
“그것참 이상하네요. 두 사람이 사이좋게 대화하는 모습을 본 목격자들이 있는데.”
“검사니까 사이좋게 대화하는 척한 거죠. 그럼 인상 쓰고 대화할까요?”
최석구는 팔짱을 끼며 제법 건방진 태도로 일관했다. 그녀의 신문 태도에 조금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였다.
“그런 게 아니라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얘기했다고요. 아닌가요? 진짜 모르던 사이였어요?”
“왜 그게 궁금하죠? 그렇게 궁금하면 최정미 검사한테 물어보시지 그래요.”
“지금 최석구 씨 나이가?”
“스물일곱 살입니다. 왜요?”
최석구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다리를 꼬고 앉았다.
“제가 사법 고시 준비할 때 석구 씨는 한창 대학교에 다닐 때겠네요.”
최석구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석구 씨 같은 학생을 가르친 기억이 있어서 그래요.”
서영중 검사의 말이 끝나자 최석구가 다시 한 번 헛기침을 했다.
“가르쳤다고요? 과외요?”
“네, 돈이 필요했으니까. 석구 씨를 보니까 제가 가르친 학생이 생각나네. 그 자식도 석구 씨처럼 건방진 면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서영중 검사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최석구는 그녀의 다소 탁한 커피색 스타킹에 눈길이 갔다.
“하도 까불어서 체벌을 한번 했는데, 이 자식이 글쎄, 웃통을 모두 벗더라고요.”
최석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웃통을, 왜, 왜 벗어요?”
“더 때려달라고.”
최석구가 그만 히죽 하고 웃어버렸다. 자신도 마치 피에로처럼 웃은 것 같아 금세 헛기침을 하고 말았다.
“이후 이야기 궁금하지 않아요?”
서영중 검사는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리어 우먼이었는데 안경을 낀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외모나 헤어스타일 등 패션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업무에 시달리는 일상을 당연시하고 그저 묵묵히 앞만 보고 걷는 월급쟁이로 보였다.
“그래서 때려줬어요?”
최석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뇨, 옷을 마저 벗으면 때리겠다고 했죠.”
최석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죠?”
“그랬더니...... 미친 듯이 벗더군요. 팬티까지 벗었어요.”
최석구는 그녀의 의도가 뭔지 뻔히 알면서도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페니스는 이미 단단히 발기하고 있었고, 가슴속은 요란하게 쿵쿵거렸다.
“그래서요?”
최석구는 이제 재촉하듯이 말했다.
“원하는 대로 때려줬죠. 먼저 엉덩이부터 때렸더니 마치 고양이처럼 비명을 지르더군요. 성기가 얼마나 불끈거리는지.”
그때 최석구가 풋 하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어때요? 할 말 없어요?”
“재밌는 이야기네요.”
최석구는 손뼉을 치며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검사님이 갑자기 이런 야설 이야기나 하시고, 그 이야기 누구한테 주워들으신 거예요?”
“별로 재미없어요? 더는 하지 말까요?”
“아뇨,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계속해주세요.”
서영중 검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부담이 됐는데, 그 친구가 워낙 흥분해서 발로 성기를 밟아줬죠. 그랬더니 이제는 마치 뚱뚱한 돼지가 우는 것처럼 신음을 토하더라고요.”
그때 최석구는 잠시 얼굴이 굳어졌다. 70kg를 넘어가는 자신의 체중을 의식한 것이다.
설마, 그 여자가 내 얘기를?
서영중 검사는 최석구의 설마, 하는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최정미 검사도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최석구는 눈을 치켜뜨며 서영중 검사를 노려봤다. 발기됐던 페니스도 금세 가라앉았다.
“무슨 얘기요?”
최석구 목소리에 위협적인 힘이 들어갔지만, 서영중 검사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저처럼 비슷한 학생을 만났다고요. 가르치는데 정말 애먹었다고 하던데요?”
서영중 검사는 가증스럽다는 표정으로 최석구를 바라봤다.
“얘기 끝났습니까? 이제 가봐야겠는데요.”
“네, 그러세요.”최석구가 일어서서 취조실을 나가려고 할 때 서영중 검사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일은 안됐어요. 올해 3선을 노리셨는데, 정당에서도 좋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겠네요.”
최석구는 대답하지 않고 문고리를 잡았다.
“아 참, 잊을 뻔했네! VIP 모임 아시죠?”
최석구는 고개를 돌려 서영중 검사를 빤히 바라봤다.
“모르셨어요? 흠, 최석표 의원이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닌가 보네요.”
“무슨 뜻이에요?”
“아, 아니에요. 저도 지금 알아보는 중이라서. 신문 끝났으니 가셔도 됩니다.”
최석구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아버렸다.
자정을 넘어 벌써 새벽 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최석구는 대검찰청을 나와 대기하던 승용차에 올라탔다.
“ㅆㅂ! 개 쌍년!”
“무슨 일입니까? 대표님?”
“서영중이라는 검사 알아봐! 어떤 년인지 알아보라고!”
“네!”
“그리고 VIP 모임이라는 게 뭔지도 알아봐!”
“VIP 모임요?”
“그래!”
“네!”
40대의 남자 비서는 자초지종을 묻지 않고 수첩에 적고 있었다. 최석구는 가는 도중 비서를 내리게 한 뒤, 최정미 검사한테 전화를 걸었다. 운전기사가 들을 수 없도록 방음 장치를 걸어 놨다.
“누나!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 여자가 다 알고 있던데! 그리고 VIP 모임이라는 건 또 뭐야! 말 좀 해 줘!”
최석구는 강남의 호텔로 이동했다. 유명 인사들이 찾는 호텔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일본인들이 거금을 들여 파티를 한 곳으로 악명이 높기도 하다.
열쇠를 받고, 들어간 방에는 늘씬한 여성이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신장은 적어도 170cm는 넘어 보이고, 큰 가슴과 엉덩이가 눈길을 끌었다. 잠시 전망을 즐기던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최석구는 갑자기 얌전한 강아지처럼 돌변했다. 전화로 따지던 그 분노는 사라졌다.
“앉아.”
여자의 중후하고도 허스키한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최석구는 얌전히 의자에 앉았다.
“처음부터 천천히 얘기해봐. 서영중 검사가 뭐라고 했지?”
“내가 누나 처음 만났던 때를 말하더라고. 누나가 나 과외공부 시킬 때 말이야.
“그러니까 정확한 워딩을 말해야지.”
최석구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근차근 대답했다.
대답을 모두 들은 그녀는 다짜고짜 최석구의 뺨을 때렸다.
“정신 안 차릴래? 내가 뭐라고 했지?”
“그, 그게......”
최석구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도 못하자, 그녀가 다시 한 번 뺨을 때렸다.
“침착하게 대응하라고.”
“그렇게 못 했지?”
최석구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꿇어.”
“죄송해요! 누나! 그 여자가 갑자기 돼지 얘기를 꺼내서!”
“돼지?”
“네, 누나가 절 돼지처럼 생각한 것 같아서 그만!”
“모자란 새끼.”
“죄, 죄송해요! 누나!”
“옷 벗고 저 옆에 가서 무릎 꿇고 손들고 있어.”
“네!”
최석구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옷을 모두 벗고 손을 들고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이름은 최정미 검사. 서울서부지검 여성범죄부 소속이며, 최근 VIP 모임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큰손들의 주가 조작 정보가 모두 모여 있다는 VIP. 아직 그곳의 실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거물들의 모임인 것만은 확실하다.
최정미 검사는 양다리를 살짝 벌리며 최석구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최석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기어가 최정미 검사의 품으로 들어왔다. 야릇한 향기가 최석구의 코를 찔렀다.
최석구는 최정미 검사의 백옥 같은 피부를 애무하며 혀로 간질였다. 알몸이 된 최석구는 발기된 페니스가 확연히 보였다.
“자위해.”
최정미 검사가 지시하자, 최석구가 직접 수음을 시작했다.
“한 번만 더 내 신경 건드리면 이런 자위도 없어. 알겠어?”
“네, 누나.”
최석구는 최정미 검사의 가슴까지 애무할 것을 기대하느라 짧고 빠르게 대답했다.
최정미 검사는 천장을 바라보며 서영중 검사를 어떻게 따돌릴지 고민했다. 이렇게 머리를 굴릴 때는 남자의 혀 놀림이 최고다.
“더 정성껏 빨아봐.”
최정미 검사는 클리토리스를 향해 파고드는 최석구의 입을 의식하며 VIP 모임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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