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형의 도발 」
<01>. 처형의 등장
처음 그 얘기를 들은 건, 침대 위에서였다.
“아아, 여보- 오늘 왜 이렇게 거칠, 아흣!”
“왜, 하아. 당신 내가 이렇게 하는 거, 좋아, 하잖, 아. 후우.”
모처럼 갖는 부부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불임 부부로, 아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금슬이 좋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관계를 했다. 아이를 낳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쭉 관리를 해왔기 때문인지 아내는 유부녀임에도 쭉 빠진 몸매와 탱탱한 피부를 자랑했다.
그런데다 가슴은 내 손 안에 차고도 넘치는 풍만한 크기여서 아내와의 섹스는 언제나 나를 즐겁게 했다. 아내가 진짜 기분 좋은 날에만 해주는 파이즈리는- 펠라보다 더 황홀했다. 물론 오늘은 날이 아닌 거 같지만. 여튼 나는 아내의 그 큰 가슴을 음료수처럼 빨면서 더욱 가열 차게 피스톤질을 했다.
이렇게 속궁합이 좋은데, 왜 아이는 생기지 않는 걸까. 한때는 아이가 갖고 싶어 시험관이라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아내의 건강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아내는 그래도 해 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지만 난 극구 만류했다. 아이보단 아내 미희가 내겐 더 소중했다.
이런 옛날 생각들도 잠깐, 머잖아 신호가 온 나는 아내의 안에 쾌속 사정을 했고, 아내도 허벅지를 바르르 떨며 절정에 올랐다.
섹스의 여운을 느끼며 나는 아내의 옆에 누워 내가 좋아하는 젖가슴을 만졌다. 아내는 물티슈로 체액이 묻은 아랫도리를 닦고 내 물건도 닦아 주었다. 가끔 이렇게 아내가 서비스를 해 줄 때가 있는데, 그럼 나는 마치 내가 꽤나 높은 사람이 된 듯해 자만하게 된다. 물론 속으로만.
“여보, 나 말할 거 있는데.”
차츰 긴장이 풀어지고 노곤해지면서, 잠이 몰려왔다. 그때 아내가 내 팔을 빼 베고 누워 옆구리에 달라붙으며 속삭였다.
“으음…뭔데….”
“우리 언니들 있잖아. 우리 집에서 며칠만 지내게 하면 안 될까?”
“음…아…글쎄…. 처형들……? 그래야 하면…그래야지….”
“언니들이……사정이 좀……집에……야 할 거…….”
나는 아내의 말을 뒤로 한 채, 어느 새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다음 날은 마침 일요일이었다. 그래서 실컷 늘어지게 잘 수 있었다.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미희가 문을 열어줄 거라 생각하고 계속 자려는데 어쩐 일인지 초인종은 계속 울려댔다. 나는 눈도 거의 뜨지 않고 잠결에 현관으로 나가, 벌컥 문을 열어버렸다.
"누구세요."
"엄마야!"
“대박.”
“……처형들?”
웬 낯선 여자들의 외마디 비명에 정신이 팍 드는 듯했다. 눈을 뜨니 각자 자기 몸채만한 캐리어를 든 여자들이 난처해하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뭐지? 싶은 그때 열린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시원하게 내 똘똘이를 식혀주는 것을 느꼈다. 빌어먹을, 어제 아내랑 하고 난 후 옷을 안 입고 자는 바람에 지금까지 알몸이었던 것이다.
"헉, 죄송합니다!"
나는 후다닥 방으로 들어와 츄리닝 바지와 셔츠를 입었다. 경황이 없어서 팬티도 빼먹고 말이다. 아침이라 크기도 꽤 커져 있던 참이었다. 봤겠지? ㄴㅁ럴. 이게 웬 망신이냐. 서둘러 옷을 입고 다시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똑같이 생긴 처형 둘이 동시에 나를 돌아보았다. 아……. 처형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이럴 때는 특히 더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 묘한 시선에 움찔한 것도 잠시, 나는 서둘러 그녀들의 캐리어를 끌어주었다.
“어, 어서 들어오세요.”
“잠깐 실례.”
“미안해요.”
그녀들은 한마디 씩 하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 집채만 한 캐리어를 낑낑거리며 들고 들어와 민망함에 쭈뼛거리며 물었다.
"저기, 그런데 처형들이 여긴 웬일로……?"
"뭐예요, 매부. 미희한테 얘기 못 들었어요?"
눈가에 점이 있는 둘째 처형이 물었다. 아, 참고로 나는 이 쌍둥이 처형들을 눈가의 점으로 구분하고는 했다.
"얘기요? 무슨 얘기……. 아니 근데 이 사람은 어딜 갔지.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나는 처형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소파 옆에 서서 서둘러 아내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내가 전화를 받길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그녀들의 뒷모습을 흘긋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 두 사람은 아내의 쌍둥이 언니들이다. 눈가에 점이 없는 첫째 처형 온희정은 숫기가 없고 청순한 스타일로, 얌전하고 수줍음을 잘 타는 성격 같다. 반면 둘째 처형 온미정은 아내 미희와 비슷하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애교도 많으며 왈가닥 같은 면이 있는 사람이다.
생긴 거는 판박이처럼 똑같았지만 둘의 성격은 거의 정 반대라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셋째인 우리 와이프 미희의 성격도 남다른 편이고. 한 배에서 나온 세 여자의 성격이 이렇게 다 다른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옷 입은 스타일만 봐도 그 성격은 확연히 드러난다. 첫째 처형 희정은 지금도 화장기가 거의 없는 수수한 얼굴에 단순하게 하나로 묶은 검은 생머리, 유행 지난 베이지색 투피스 차림인데 반해 둘째 처형 미정은 몸매 라인이 대번에 드러나는 쫙 붙는 탱크 탑과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이렇게 스타일이 다른 데도 생긴 건 똑같은 걸 보면 뭐랄까, 기분이 이상해졌다. 물론 그걸 드러내놓고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여보세요?
“여보, 지금 어디야? 처형들 왔는데.”
-어? 언니들이 벌써 왔다고? 왜 오늘 왔지? 원래 다음 주에 오기로 돼 있는데?
와이프는 당황한 듯했다. 그 말에 덩달아 나도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일정을 일주일이나 당겨서 지금 온 거라고?
“……그래서 당신은 지금 어디야?”
-이이는. 나 오늘 출장 간다고 했잖아, 1박 2일. 어제 내 얘기 하나도 안 들었구나, 또?
“아……그랬어?”
내 멍청한 대답에 수화기 너머에서 미희가 타박했다. 하. 이걸 어쩐다.
-할 수 없지 뭐. 언니들 오늘부터 그냥 우리 집에서 지내라 그래.
“어? 뭐라고?”
잠깐. 우리 집에서 지내라니? 난 휴대폰을 들고 안방으로 서둘러 들어왔다. 미희의 말이 이어졌다.
-이이가 오늘 따라 왜 이러실까? 어제 내가 우리 언니들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야 할 거 같은데 괜찮으냐고 물어보니까 오케이 했잖아. 이 말도 기억 안 나?
아아. 자는 사람한테 그런 걸 얘기하면 어쩌란 말이냐.
“잠결에 들어서 무슨 말인지 몰랐어. 방은 많으니까 그건 상관없지만 그럼 오늘 당신도 없는 집에 나하고 처형들끼리만 있으라고?”
-어쩔 수 없잖아. 기껏 온 사람들 다시 가라고 돌려보낼 수도 없고. 자기가 하루만 참아주라. 응?
“하아…당신 정말….”
-미안해 여보야. 언니 아무나 좀 바꿔 줄래?
나는 어차피 아내를 이길 수 없었다. 사는 내내 원래도 미희를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별다른 말도 못한 채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는 다시 거실로 나갔다. 미정 처형은 어디 갔는지 희정 처형 혼자만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녀를 불렀다.
“저……처형?”
“네?! 아, 네!”
그녀는 내 부름에 토끼처럼 화들짝 놀라했다. 아니, 내가 잡아먹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처형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미희가 전화를 바꿔 달래서…….”
“하아, 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안도의 한숨 같은 걸 내쉬며 처형은 내게서 휴대폰을 받아갔다. 그 순간 그녀의 작고 여린 손가락이 내 손끝에 닿았다 순식간에 떨어졌다. 그 바람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첫째 처형은 손이 찬 편인지 내 손까지 차가운 기운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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