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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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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의 냉기도 무색하게 모텔방 안은 이미 끈적끈적한 열기와 교성으로 가득 찼다.

재훈은 대충 단추 몇 개만 풀어헤친 그대로 옷을 걸친 채, 진이의 몸을 감상해본다.

진이(꿈)

“아아아아~~~ 더, 더 해줘, 더 세게, 더…. 아으으응~~”

간절한 울부짖음에 재훈이 진이의 머리카락을 세게 쥐어 잡는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그의 손아귀에 따라 고개를 뒤로 돌리는 진이.

재훈의 눈에 물기가 잔뜩 맺힌 진이의 얼굴이 들어온다. 땀에 젖어 머리카락은 이미 관자놀이까지 어지럽게 붙어있다.

재훈

“좋냐? 좋아? 계속 박아줘?"

그러자 진이가 애원하듯 울먹이며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진이(꿈)

“으으응, 제발 더 박아줘!”

이에 재훈의 움직임이 바로 대답하듯 거칠어진다. 방망이처럼 굵고 단단하게 발기된 그의 자지가 진이의 물기 가득한 보지에 미친 듯이 박혀 진다.

보짓물과 정액이 뒤섞이고 부딪히며 모텔방 안에는 떡치는 소리로 가득하다. 하지만 재훈은 곧이어 이것이 곧 꿈이었음을 깨닫는다.

재훈

 “아... 꿈….”

무겁게 젖은 팬티 앞부분이 재훈의 기분을 잡치게 한다. 요즘 들어 재훈의 아침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되었다.

***

아침에 재훈의 몽정을 아는지 모르는 지, 꿈에서와는 정반대의 표정을 짓는 진이의 앞에서 재훈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진이

“요즘은 학교에서 기본적인 것도 안 가르쳐주나 보지?”

여인의 날카로운 음성이 사무실을 가른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타자 두드리는 소리로 가득하던 사무실이 순식간 조용해진다.

진이는 재훈이 제출한 서류를 둘둘 말아 책상을 쾅쾅 내려친다. 책상에 내려쳐 질 때마다 재훈의 고개가 숙여진다.

덩치가 대형견마냥 커서인지 축 처진 귀가 연상되는 모습이었다. 사무실 내의 동료들은 그런 재훈의 뒷모습을 보며 안쓰러움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그를 두둔할 필요는 없었다.

진이

“어떻게 내가 보고서 쓰는 방법 하나씩 다 가르쳐줘야 해. 여기가 학교야?”

재훈

“죄송합니다.”

진이

“죄송할 짓을 왜 하지? 나 스트레스받게 하려는 거야, 뭐야! 다시 써와!”

하고는 그대로 서류뭉치를 재훈에게로 날린다. 깊게 숙인 머리에 맞아 서류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러자 재훈이 코끝까지 내려온 안경을 급하게 올리고는 몸을 숙여 서류를 줍는다.

이런 재훈의 몸을 한번 흘겨보고는 제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보는 진이.

동료1

“근데 진짜 너무한 거 아닌가요?”

팀원 한 명이 옆의 동료에게 소곤거린다. 그러자 차마 말로는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다른 동료.

사실 진이의 행동이 과하기는 했다. 원칙주의자이기에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것을 가만두지 않는 성격이었다. 처음 부임했을 때부터 사무실 내에 복장부터 소음까지 하나하나 캐치 하지 않았던가.

초반의 푸닥거리 이후로 다들 알아서 숨죽여 기던 상황이었다.

종종 신입들이 그녀의 다그침을 못 이기고 그만두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단단히 작정한 것인지 재훈을 엄청 다그쳤다.

동료1

“근데…. 재훈 씨도 좀 그래~ 자꾸 팀장님이 만든 양식대로 안 하고, 이상하게 이것저것 써넣잖아~”

동료2

“아휴…. 고지식한 두 사람이 만났으니 회사가 조용할 날이 없네…. 우리는 그냥 조용히 있자.”

이미 재훈의 고지식함은 다들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알아줄 만 했다. 평소 정확하고 간결한 것을 원칙으로 삼는 진이와는 달리, 무엇하나 섬세하지 않으면 넘어가지 못하는 재훈은 상극이었다.

당연히 재훈의 업무진행속도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느렸고, 또한 무언가를 지시했을 때 논문처럼 작성해오는 보고서에 진이는 이미 질려있었다.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이라 했던 것이 딱 이 꼴이다.

백날 혼을 내도, 변하지 않는 재훈은 사실 진이의 강적이었다. 그렇다고 재훈이 실수하거나 잘못 처리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정직하고 세심하기에 탓이라면 탓이다.

*

온종일 진이가 고성을 내며 호출을 하다 보니 그새 퇴근 시간이 되었다. 재훈은 미련 없이 칼퇴를 하는 그녀를 보고는 동기 석현에게 손짓한다.

이에 가방을 챙겨 들고 오는 석현.

석현

“가자, 최 팀장도 갔는데!”

재훈

“하아…. 그래…. 진이 다 빠진다.”

그리고 이들이 온 곳은 회사로부터 멀지 않았다.

리드미컬한 재즈 음악이 퍼지는 바에 온 재훈과 석현은 칵테일과 과일 안주를 시킨 채로 한 시간이 넘게 잡담을 늘어놓고 있다.

사무실에서와는 달리 조금은 자유로운 표정으로 듣는 재훈의 앞에는 쓸데없이 열변을 토하는 석현이 보였다.

석현

“아, 그니까~ 뭔 성격이 그렇게 마귀할멈 같은지! 옷차림도 그래. 이렇게 더운 땡 여름에도 땀구멍이 막힌 게 아니고서야 그렇게 꽁꽁 싸매고 오냐?”

재훈

“하하! 그럴 수도 있지, 뭐~”

석현

“뭐가 그럴 수 있어. 분명 땀구멍이 막혔거나 몸에 이상한 흉터가 있는 게 분명해.”

당하는 사람은 재훈인데도, 오히려 당사자보다 더 화가 난 듯한 석현이다. 사실상 석현의 경우 팀 자체가 달라서 진이를 마주칠 기회도 없었다.

순전히 입사 동기인 재훈이 불쌍해서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것이다. 재훈으로서는 난감할 뿐이었지만….

재훈

“근데 난 음….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겠지만…. 음... 난 별로 싫지가 않…!”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탁자 위로 무언가가 떨어진다. 놀라서 고개를 들어보니 긴 머리가 치렁치렁 드리워져 있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성…. 이내 재훈과 석현의 동공이 커진다.

재훈

“티, 팀장님!”

진이

“어머, 휴대폰이 떨어졌네. 미안.”

재훈

“아, 안녕하, 안녕하세요!”

재훈이 급하게 몸을 일으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하지만 진이는 대답도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재훈과 석현을 내리 훑어본다.

얼핏 본 진이의 모습은 회사와는 많이 달랐다. 평소에는 머리카락 한 올도 남김없이 동여매 말아 올리고는, 날카로운 반무테 안경을 썼으며, 의상도 늘 정장을 챙겨 입는, 정말 회사에 가장 모범적인 이미지였는데….

단추가 몇 개 풀어진 흰색 블라우스에 굵게 웨이브 진 긴 머리를 치렁치렁 내려놓고, 심지어 안경까지 쓰지 않은 모습은 정말 새로웠다.

하지만 카리스마는 어디 가지 않았는지 이 작은 체구의 여자 앞에 두 남자는 절로 눈을 내리깔게 되었다.

잠시간의 무거운 침묵이 이들 사이를 휩쓸고, 이내 진이의 입이 열렸다.

진이

“뭐, 물론 없는 데서는 더한 욕도 한다는데 큰 흠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 바닥 좁디좁은 거 뻔히 알면서 이렇게 큰 소리로 뒷담화 할 건 아니잖아. 안 그래?”

재훈

“그게 아니라….”

진이

“변명은 됐고! 앞으로는 회사에서만 봤으면 좋겠어.”

단칼에 재훈의 말을 잘라내고는 몸을 돌려 자리에서 떠나간다. 재훈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벌게진다. 솔직히 뒷담화를 듣기는 했지만 한 것은 아닌데 낭패라 생각이 든다.

재훈

“하아…. 큰일 났다….”

울상이 되어 소파에 철퍽 앉은 재훈. 그런데 석현이 눈치 파악도 못 한 채 상기된 얼굴로 소곤소곤 말을 한다.

석현

“이야…. 정말 몰라봤어! 최 팀장 생각보다 얼굴 괜찮은데? 대박…. 아까 봤어? 저런 모습 처음이야!”

재훈

“하아…. 몰라….”

석현

“대박이야…. 정말….”

연신 대박이란 말만 늘어놓는 석현의 모습이 얄밉기까지 한 재훈이다. 하지만 사실 재훈도 뒷담화를 들킨 것보다 더한 것은 역시 석현이 대박이라 늘어놓는 이유와 다르지 않았다.

재훈

“상황이 안 좋기는 한데…. 예쁘긴 했어...”

사실 많이 예뻤다. 특히 볼륨감 있는 몸매까지도.

석현

“그치, 그치! 그냥 예쁜 게 아니라! 지적이고 섹시하잖아! 나이가 30대 중반이라는데 전혀 그렇게 안 보여!”

재훈이 장단을 맞춰주자 다시금 침을 튀기며 말하는 석현. 어째 너무 파이팅이 넘쳐 보인다.

계산대 앞에서 진이를 기다리던 영주는 하이힐 또깍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진이를 보며 손을 흔든다. 나른하게 눈을 내리깔며 도도하게 다가오는 진이의 모습은 가히 유혹적이다.

‘하아…. 내가 남자라면 당장 자빠뜨릴 텐데…. 진이 쟤는 왜 이렇게 현실 남자에게 관심이 없는 건지….’

영주의 앞에 온 진이는 오른쪽 입술을 살짝 올리며 시니컬한 웃음을 보인다.

영주

“왜에? 화장실에서 무슨 일 있었어?”

진이

“말도 마. 회사 사람들 봤는데 내 뒷담화를 하고 있더라고!”

영주

“헐…. 정말? 아니, 어떻게 여기서 회사 사람들을 보고, 또 네 뒷담화 까는 걸 네가 보지?”

진이

“그러게. 진짜 서울 바닥 좁긴 하네. 안 그래도 내가 지난번에 말한 신입 기억나지? 걔야. 지 동기랑 같이 내 얘기 하고 있더라고.”

영주

“와…. 진짜 강적 만났다, 최진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하는 영주를 무시하고는 바를 나선다. 그러자 영주가 살짝 웃으며 따라 나온다. 아무래도 황금 같은 금요일 저녁, 오늘의 저녁은 영 기분이 좋지 못한 채로 끝이 날 예정이다.

***

진이와 바에서 마주친 이후 재훈은 더 이상 황금 같은 금요일을 즐길 수 없을 것 같아 급히 석현과 헤어졌다.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돌아와 컴퓨터를 하다가 문득 이번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어 진이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걱정이 됐다.

재훈

“안 그래도 나 싫어하는데….”

괜스레 앞머리를 헝클어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아지는 것은 없다.

다음 주, 아는 형님이 부탁으로 자선행사에 참여하게 된 재훈은, 봉사단체의 대표로 낭독시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낭독할 시를 찾아 연습하기도 바쁜 와중에 자꾸만 아까 전에 있었던 사건이 떠올라 좀처럼 집중을 하기 힘들었다.

부디….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읊조려보는 재훈이었다.

원래라면 다음 주에 있을 낭독시연이 가장 두려울 것이었지만, 이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가장 두려운 것은, 그녀…. 진이가 되었다.

문득 잠깐 마주쳤던 진이의 육감적 몸매가 떠오른다.

정말 찰나였지만 풀어진 단추 사이로 깊게 파인 가슴골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어쩐지 진이의 매몰찬 모습이 더욱….

‘꼴려.....’

재훈은 혹시 자신에게 마조성향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해본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 엄격하고 냉정한 진이를 떠올리며…. 물론 오늘 본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발기할 만큼의 매혹적인 모습이긴 했다.

‘그래, 난 마조는 아닐 거야. 꿈은 무의식을 보여준다고…. 뒷치기 당하면서 나한테 복종하는 팀장님을…. 그런 꿈을 꾸다니...’

어쩐지 진이의 벗은 몸을 상상하게 된다. 꿈에서 본 그대로이리라. 블라우스의 단추를 뜯어내고 터질 듯 거대한 유방을 손으로 쥐어 잡아 입으로 한가득 담고 싶었다.

혀로 더럽게 젖꼭지를 희롱할 때 늘 짓던 냉정한 표정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상상하면….

재훈

“아…. 섰다...”

순간 안 그래도 조용하던 집은 더한 적막이 흐른다.

사실 이성 간에 늘 담백하게 지내왔던 재훈으로서도 오랜만의 일이다. 고작 상상만으로 발기하다니, 자괴감이 들 뿐이다.

이왕지사 선 거, 이대로마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로 한다. 상상으로는 무엇도 할 수 있으므로.

곧이어 고요를 깨고 마찰음이 서서히 빨라진다.

재훈의 가뿐 숨소리로 가득해진다. 이미 감은 눈앞에는 진이가 웃통을 벗고 재훈의 자지를 빨고 있다.

ㅈ을 입속 깊게 박아 넣을 때마다 반동으로 진이의 유방이 출렁인다.

그 묘한 진동을 상상하며......

*

주말은 역시나 순식간에 흐르는 법.

눈코 뜰 새도 없이 월요일이 다가왔다. 잔뜩 긴장한 재훈은 누구보다도 일찍 출근하여, 책잡힐 일이 없게끔 업무를 미리 정리했다.

특히나 업무 파일은 두 개로 나누었다. 아무래도 관리자 입장에서는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핵심내용만 간단히 적혀있는 것을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깨달은 터였다.

그래서 나름의 타협선으로 보고용과 참고용을 나누어 제출할 요량이다.

하지만... 어쩌면 참고용은 제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는 재훈이다. 더 한 고성이 나올 수도 있으므로.

잔뜩 얼어붙어서는 초조하게 아침을 맞이한 재훈. 안경이 스르륵 코끝으로 미끄러져 내려온다. 조금 어벙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있다.

‘어..랏?...’

서서히 직원들이 출근하고, 가장 두려워하던 진이마저 자리에 착석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조용했다. 하기야 회사 바깥에서 일어난 일로 뭐라 하기도 궁색하지만, 아무런 눈초리도 없자 어쩐지 김이 팍 새기도, 또한 더 두려워지기도 한다.

이러한 두려움을 더 극대화 시키려는 모양인지, 퇴근 시간까지 진이는 재훈을 부르지 않았다.

부를 일도 없었지만......

어째 더 불안해지는 재훈이었다.

혼자 전전긍긍하는 재훈과 달리 진이는 사실 재훈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공과 사는 완벽하게 구분이 되어야 한다는 게 진이의 신조였으니.

이 와중에도 다시금 상상 속 진이의 젖가슴이 떠올라 난감한 재훈이었다.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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